브런치에 고해성사를 했더니

삼십대후반, 아직 결말이 아니예요

본격적인 삼십대 후반의 인생이 시작되며 여자로서, 회사원으로서 결말에 가까워지는 느낌을 종종 느꼈다. 내 인생의 시간으로만 따지면 아직 나의 결말을 내기에 너무 아득하고 아쉬운데 사람들과 사회는 나의 결혼과 직장에 대해 자꾸 마지노선이라 말했다.
 
 사회적 여자로서의 결말과 내 인생 이야기의 결말 그 커다란 격차속에서 나는 언제나 흔들거렸다. 절대 뒤로 돌아갈수 없고 앞으로는 언제 끊길지 모를 도로 위에서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모른채 계속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기분, 불안 그 자체였다.
 
 희망이란게 닳을래야 닳을수 없는 20대에는 체념의 무게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기대를 해보이곤 했지만 나는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았다. 종종 내 앞에서 대기순서가 끊겼고 노력 대비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적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기대보다는 체념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고, '이제 바닥이구나'라고 생각해도 또 다른 바닥으로 떨어지는것이 인생인가 하고 느껴질때쯤 "[브런치팀]브런치북 수상"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와 있었다.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에 언제든 비웃을 준비를 해오던 내 마음에 '감사'라는 단어를 품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운이 나쁘지만은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난생 처음으로 "운이 좋게도"라는 말을 뱉을수 있어 행복했다.
 
 나는 아직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리기에 부끄러운 사람이라 흘러오던 인생노선이 브런치북 수상 만으로 하루아침에 좋은 방향으로 꺾이길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지노선 같았던 삼십대 깊은 골짜기에서도 다시 출발점에 설 수 있는 새로운 산등성이가 보일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여자로서 매력을 잃는 나이, 직장인으로서 퇴사를 쉽게 고민할 수 없는 나이가 아니라 '뭐든 시작해도 좋을 때'로 바뀐것이다.
 
 그것만으로 나에게 존재했던 모든 부족함이 '견딜만한것'이나 '부족해도 괜찮은'것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커다란 행복 하나가 사소한 많은 불행을 상쇄시킨다"라는 글을 쓴적이 있는데 브런치북은 나에게 행운 보다는 커다란 행복에 가까웠다. 더 이상은 솔직해질수 없어 차마 말 할수 없었던 수많은 속마음들을 틈날때마다 브런치에 고해성사 했던게 얼마나 잘 한 일인지.

"물꼬를 튼다"라는 말이 있다. 브런치북은 바짝 마른 나에게 물꼬를 트는 일이었다. 마음이 부스럭거려 인생에 아무것도 심을수가 없었는데 이제 내인생에 '글 쓰는 나'를 하나 새로이 심었다.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란다. 그리고 때가 되면 계속 수확해가며 살고싶다.

8월6일, 뜨거운 햇살을 담뿍 받은 내 첫번째 글 수확물이 나올 예정이다.

누군가의 한숨과 생각 사이에서 읽힐 이야기들을 무사히 마감하게 되어 감사하고 기쁘다. 부디 그들의 마음속에서 소화제가 되어 낱말마다 시원하게 마음속을 통과하기를 바란다. 나처럼 힘들었던 마음들에 약처럼 뿌려져 누구나의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각자에게 소중하고 애틋해지기를 바란다. 진짜다.

쓰는 아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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