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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Aug 06. 2019

내꿈은 라디오DJ 였다-EBS라디오 '오디오천국' 녹음

내 글을 낭독하다니


어릴적 나에게 꿈이 무어냐 물으면 '디자이너'나 '스튜어디스'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때의 꿈이란건 정말로 밤에 꾸는 꿈만큼이나 '가능성'이란걸 염두에 두지 않은 총천연색 공상이었다. 그 공상중 하나가 바로 라디오디제이 였는데, 밤에 듣는 라디오디제이의 목소리에는 그 사람의 속마음이 은은하게 베어나오는것 같아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마이크 하나를 두고 전해지는 진심, 혼자이면서도 혼자이지 않은 공간의 매력, 그 모든것을 좋아했다.


"자 오늘 초대손님은 이현진씨 입니다. 안녕하세요!"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를 거꾸로 들으면 악마의 소리가 들린다던 '테이프시대'의 주역이었던 나는 밤마다 라디오를 끼고 녹음과 정지, 재생버튼을 부지런히 눌러가며 자체 라디오방송을 녹음하곤 했다. 게스트는 물론 없었지만 총천연색 꿈을 꾸는자에게 1인2역 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디제이가 되었다가 게스트가 되었다가, 가수가 되었다가 디자이너가 되었다가 하며 나는 그때부터 여러가지 인생을 살아보기도 했다.

 

찰나의 순간 디제이가 되어봄 ㅋㅋ


'라디오디제이'를 맹랑하게나마 가슴에 품어본 나에게 '라디오녹음'이라는 제안은 마치 "올것이 왔다"라는 느낌이었다. 30이라는 숫자를 나이로 삼기 시작했을때부터 나는 십대시절의 그 소녀처럼 허무맹랑한 두가지 공약을 주변인들에게 말하고 다니곤 했는데, 그게 바로 '책출간'과 '라디오출연'이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말이 씨가 되는건지, 늘 가슴에 품어서 그런지, 정확히 일치하진 않아도 작은 씨앗들이 요즘 하나씩 열매를 맺는것 같은 기분이다. 이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인생을 이루는 각각의 점들로 이루어져 나를 만들어간다.


난생처음 방송국에를 가보았다


난생처음 방송국에 가보았다. 5분이라는 짧은 결과물을 위해 20분정도 내 글을 한두번 낭독한게 전부지만 떨렸고, 기뻤고, 재밌었다. 나는 곧 출간될 내 책인 [싹싹하진 않아도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의 프롤로그를 낭독했다. "삼십대 후반전, 그 깊은 골짜기에서" 라는 이 글은 삼십대의 나와 나같은 모든이들에 대한 응원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 나와 그들에 대한 마음속 깊은 위로이기도 하다. 그 위로를 미약하게나마 소리내어 기록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찰나의 강렬한 추억

사람의 눈빛과 목소리, 그 두가지에는 숨길수 없는 진심이 어느정도는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찰나였지만 이 매력적인 라디오부스에서 내 삼십대 전부인 글을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내고 그 목소리를 녹음한 기억은 아마도 꽤 오랫동안 내 일상에 잔잔한 물결을 일렁이게 할 것 같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미아는 말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걸 상시시켜 주니까

부끄럽고 자신없지만 용기내어 하나씩 나를 내보이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내 글을 보고 듣는 분들이 내 용기의 온도에 각자가 잊었던 것들을 기억해내고 조금 삶의 온도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http://www.podbbang.com/ch/1772869



나를 비롯해 이제 청춘이라 부르기엔 조금 애매한 나이인 당신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늘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만 지나고보면 시작 조차도 아니었음을 이제는 알기에, 인생은 계속 흘러갈 것이기에.

나 한 명 이 책으로나마 누군가에게 혼자가 아닌 기분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 내 맘 알아주는 사람 하나 있으면 그래도 지루한 일상 버텨낼 힘이 생기지 않는가. 그래서 지금 조금 지쳤고 사소한 것들에 시들해진 당신이 조금 기운이 났으면 한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눈 마주치고 눈으로 말해 주고 싶다. "알아, 내가 니 마음 알아"

누군가의 한숨과 생각 사이에서 읽힐 이야기들을 무사히 마감하게 되어 감사하고 기쁘다. 부디 그들의 마음속에서 소화제가 되어 낱말마다 시원하게 마음속을 통과하기를 바란다. 나처럼 힘들었던 마음들에 약처럼 뿌려져 누구나의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각자에게 소중하고 애틋해지기를 바란다.




쓰는 아도르

사진,글,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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