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책을 질릴때까지 먹어주는것

언젠가의 메모

by 아도르


그날의 무드에 맞는 책을 고른다

줄을 긋는 책은 다시 읽을 책

다시 읽을 책은 계속 찾을 책

나의 정독법.


빠르고 많고 깨끗하고 얽매이는것 보다, 깨고 비우고 버리고 낡아지는게 좋다.


버려진 것에서 쓸모를 발견하는것, 인기 없어서 묻혀버린 영화에서 감독의 숨은 의미를 발견해 내는것,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것에서 아니라고 만은 할 수 없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재밌다. 누가 잘 정리해놓은 어떤 영화의 교훈 말고 나라서 발견할 수 있는 나만의 결론. 영화를 반추할 때는 나의 감상이 제일 중요하다. 너무 재밌어서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영화라 할지라도 나에게 와닿는게 없으면 나에게는 그다지 좋은 영화는 아닌것이 된다.


여행도, 도장깨기 같은 일회성 관광 보다는 예상없이 떠나서 의외로 좋은곳을 발견하는게 설렌다.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을 몇 시간만에 다 알 수 없듯 수박 겉핧기 식의 여행 보다는 다음을 기약하는 여행이 좋다. “다음에 또 와야지” 하는 곳, '다음엔 더 오래 머물리라' 하고 지금 무리하지 않는 여행 말이다.


좋아하는 책이 낡아지는게 그렇게 뿌듯하다. 진짜 먹고싶은 음식은 바닥까지 박박 긁어 먹게 되는것처럼 사랑하는 책을 질릴때까지 먹어주는 것이다. 곁에 두고 계속 틈날때마다 읽게 되는 책을 한권씩 쌓아가고 있다. 나와 평생 함께 갈 책이다. 일당백이라는 말처럼 백독 천독 해도 모지람 없는 한권의 책은 다독이 부럽지 않다.


주기적으로 책장과 서랍을 비운다.

정리에 관한 곤도 마리에 저서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는 말처럼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을 들이기 위해 정리하고 버리는 습관이 삼십대 후반이 되어 생겼다. 그러므로 버리고 비우는 일은 그냥 물건의 정리가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진짜 나를 공부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예순 즈음에는 말하지 않아도 나의 책장과 책상, 서랍을 슥 곁눈질 해도 그 책들과 음악, 소박한 물건들 속에서 내 인생을 대변하게 되면 좋겠다. 차곡차곡 나를 수집하고 있다.

이십대에는 그저 사회의 틀 속에서 방황하며 휩쓸려 갔다. 정신이 없었다. 이게 뭔가 싶어 두리번 거리고 질문하고 울고 방황하는 그저 무지랑이 였다. 지금은 내가 보고 듣고 기억하는 것들에 의해 새삼스레 나를 알게 된다. 밖에서 스치는 모든 것들에 내가 있다. 그 속의 나를 하나씩 수집하고 있다. 이제서야 나도 몰랐던 나를 많이 발견하고 알게 된다. 그런데 아직도 몇 개가 안된다. 나를 다 발견하면 진짜 내가 되는 거겠지.





위 내용은 메모장에 기록된 언젠가의 '나'이다. 그 순간을 글로 써놓지 않으면 지나가버릴 생각들이겠지. 글을 쓰는것은 나를 수집하는 일이다. 내 마음과 생각을 글로 정리하며 나를 더 알게된다. 글 속의 새로운 내 마음과 나를 수집한다. 이렇게 쓰며 오늘도 더 많은 나로 조금씩 넓어진다.





쓰는 아도르

사진,글,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이전 09화뜨거웠던 순간들을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