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순간들을 잊지 말아요

취향을 변화시키는 뜨거움

by 아도르


어느 날 SNS에서 [sqare]라는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는 영상을 보고 '백예린'이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 되었다.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계속 반복해서 보게 됐다. 눈물이 날만큼 부러웠고 행복해 보였다. 그날의 원피스, 바람, 햇살, 공기, 날씨 그 모든 것들이 마치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좋아하는 걸 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그녀는 노래 부르는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상을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순간에 푹 빠져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해질 만큼 좋았다. 이렇게 뜨거운 마음이 되는 순간이 언제였던지, 이제는 드물어진 뜨거움을 몇십 번이나 반복해서 보았다.


그 노래가 담긴 앨범을 구입하려고 찾아보니 아직 발매조차 되지 않은 노래였다. 기사를 찾아보니 노래를 불렀던 그날의 바람과 그 느낌을 녹음으로는 담을 수 없어 정규앨범에 넣지 않았다고 했다. 정말 놀라운 건 이런 생각을 하며 그 영상을 본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 그 날 그 공연에 있었던 사람들, 그 영상을 본 모든 사람들이 감동하고 울컥하고 그 영상을 자꾸 보게 된다고 말했다. 노래 부르는 모습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해 보이던지 영상을 보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댓글도 있었다.


살아오며 수많은 노래를 듣고 좋아했지만 과거의 감동들이 아주 작게 느껴질 만큼 새로운 감동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 다른 모든 것이 잊힐 만큼 커다란 행복감을 느끼는 한 사람을 우리는 보고 있었을 뿐이다. 한 사람이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이, 가창력이나 안무 같은 것들을 분석하고 따질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두통이 생기게 하던 모든 분석을 멈추고 오직 그 장면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 후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 덕분인지 가수 백예린의 정규앨범에 'sqare'라는 곡이 수록되었다. 팝, 재즈 위주의 음악 취향을 가진 내가 하루 종일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 그녀가 노래 부르는 그 모습 하나로 나는 찐 팬이 된 것이다. 팬이 된다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상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찐 팬이 된 경우는 고등학교 시절 젝스키스 이후 세 번째이다. 두 번째는 사람도 아닌 '펭수'라는 이름의 펭귄이다. 펭수 또한 "내 마음 내키는 대로"의 행동을 고수하는 유일무이한 매력에 이끌려 팬이 되었다.


생각해본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반하는 순간, 누군가 나에게 매료되는 순간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최고로 즐기는 모습'을 볼 때 나는 그 사람에게 반한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내가 사랑하는 일들을 즐겁게 해 나갈 때 나에게 응원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어떤 것에 반한다는 건 그 대상이 멋진 것도 있지만 그 대상을 응원하는 상대마저 행복을 느끼는 일이다. 무언가를 응원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살아갈 이유가 생기기도 하고 힘이 생기기도 하는, 그런 것이다.


나이를 먹으며 조건 없이, 이유 없이 어떤 것에 반하는 순간이 급속도로 줄어든다. 온전히 마음을 다 내주는 것에 인색해지는 나 자신이 가난하게 느껴질 때 내가 반하는 순간을 떠올린다. 내가 열광했던 것, 내가 취해 있었던 것, 뜨거웠던 나의 마음들. 애써 뜨거워질 필요는 없다. 미지근한 것들은 또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잊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뜨거운 순간들을.


이제 다시 전처럼 뜨거워질 순 없다고 하더라도
그 뜨거운 순간들을 잊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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