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도르 Oct 11. 2019

우리는 모두 이방인으로 태어났다가 자신으로 죽는다

책 -《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베를린 샤로텐부르크 궁전

베를린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여행자가 아닌 도시 중심에서 삶을 사는 사람으로 지내보고 싶었다.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건 살아보지 않으면 절대로 모를 일이다. 좋든 나쁘든 남의 경험을 이야기로 듣는 것과 내가 직접 경험해보는 건 거의 어떤 존재가 있고 없고의 커다란 차이니까.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 먼 땅에 도착했을 때 이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인생을 기대하며 사는 곳을 바꾸곤 하니까.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한 달여 만에 베를린의 새로움은 곧 생활이 되었다. 아침에 눈뜨면 오늘 해야 할 일들과 먹을 것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단지 내가 벌어먹고 사는 도시가 아닌 벌어 놓은 것들을 쓰며 사는 곳이어서 오직 나와 나의 행복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아마도 내가 그곳에서 벌어먹으려 했다면 서울보다 더한 불행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로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서울로 돌아왔을 때 종종 하곤 했다.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책은 전형적인 이민자의 삶을 다룬다. 이민자로서 보는 삶에 대한 시각, 가족의 의미, 인간 각각의 삶의 의미와 위치 등에 관한 사소하고도 거시적인 이야기이다. 이민자의 시선으로만 본다면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겠지만 한 사람으로서 삶과 사람들 그리고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생각할 만한 부분이 많은 소설이었다.


어머니는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할까, 얼마나 나쁜 일이 생기기에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렇게 신경을 쓸까 궁금해하던 기억이 난다. …. 와습이나 유대인들과 이웃한 우리 말없는 가족은 그들과 스칠 때면 반드시 웃음을 지어야 하는 것 같았다. 마치 우리에게는 늘 모든 일이 괜찮은 것처럼. 본문 144p (e-book기준)


내가 베를린으로 떠날 때 서울이 너무 싫었다. ‘싫다’는 단어로는 도저히 내 증오가 표현이 안될 만큼 서울을 싫어했다. 오직 불행만을 향한 도시, 물고 뜯고 질투하는 사람들, 등수와 지표만이 전부인 곳이었다. 헨리의 어머니처럼 우리의 부모님들도 그랬고 한강에 나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그랬다. 누구의 자전 거가 더 비싼지, 더 좋아 보이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게 싫었다. 누가 잘나든 나와는 상관없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좋은 척, 괜찮은 척 하면서 사는 것에 신물이 났었다.


베를린에서 산 지 두 달 되던 날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똑같이 살고 있구나” 겨우 두 달 만에 나는 서울에서의 환경을 구축해가고 있었다. 아무리 먼 곳까지 가서 잠시 동안의 환경을 변화해봤자 나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 속 헨리는 이민자 2세이자 스파이인데 다른 사람에 관한 정보를 캐면서 자신의 삶과 비교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과 닮은 한국인 존 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 자세하게 살피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는 결국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던 대로 결말이 나버려 조금 허무했다. 차라리 존 강이 뒤가 그렇게 지저분하지 않고 보이는 모습과 같이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왜 우리는 남의 불행이나 진실을 통해서만 그나마 나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걸까.


무엇을 통해서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필요하고 결국은 자신을 가장 많이 살펴야 한다. 헨리는 결국 사랑하는 아내의 말대로 생각하게 되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 자신에 대해 더 자세히 깨닫게 되면서 그 말들이 이해가 되었다고 생각됐다. 자신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것이 결국은 내가 사랑하는 타인의 마음속마저도 들여다보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삶이란, 모두 자신의 삶에서 이방인인 채로 태어났다가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내 자리가 어디인지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냥 내가 있는 곳이 있어야 할 곳인지도.


이 책은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 대회]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전세계 각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한국 작가들의 차이와 다양성을 아우르는 (결국은) 우리 문학에 대한 독후감 대회이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꼭 한국에서 살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내가 베를린에 있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더욱이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해외에서 더 알고 인정하게 된다. 해외에 살며 같은 한국인끼리의 편견이 더 많음을 느꼈다. 편견의 강을 뛰어넘어 같은 언어를 쓴다는 긍지를 더 강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2019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 대회 홈페이지

https://www.diasporabook.or.kr



쓰는 아도르

사진,글,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작가의 이전글 7번째 브런치북이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