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도르 Oct 19. 2019

우리가 지나치는 것들

자발적 아싸가 되기로

 

언젠가의 제주도

내 일상에도 감탄할 순간이 많았던 것은 잠시 쉬어가며 하늘을 봤던 탓이다.


진짜 중요한 건 우리가 지나치는 바람 속에, 내가 좋아하는 운동화의 취향 속에, 차를 타고 지나치는 모든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좋다'라고 느끼는 것들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한 번쯤 지나쳤었던 것들에 있다. 모든 것에 늘 경이로움을 표하며 살아갈 순 없지만 우리가 스쳐갔던, 잊어가는 소중한 것들을 자꾸 발견한다면 분명 내 일상이 조금은 덜 시시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너무 빨리 가고 있기 때문에,
쉬는 것을 자주 잊기 때문에,
쉴 시간이 생겨도 쉴 줄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길을 가는 방법 중에는 [빠르게]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쉬었다가 다시]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까먹기 때문에,
나만 빼고 다들 달리기 때문에,
아이폰이 너무 좋기 때문에,

그리고,

지나치는 것들을 눈여겨보지 못한 채 매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그것들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뭉텅 나이를 먹음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잠깐 멈추어야 뒤를 돌아볼 수 있듯, 달리던 차를 멈추고 창문을 열어야 무지개를 보고 바람을 느낄 수 있듯,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잠깐 멈춰 서서 우리가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한강변의 노을


언제든 멈추기로 마음먹은 뒤로는 위염이 줄었다. 무리하지 않게 되었다. 내 마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든 무너질 것 같았던 마음의 벽이 조금 단단해졌다. 다시 쌓아 올릴 각오로 개운하게 절망할 수 있다면 절망마저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기억해내고 쓰고 싶다. 경이로운 순간은 의외로 특별한 곳에 있지 않았다. 늘 지나치던 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바라보던 곳에 있었다.



내가 올라야 할 길은 핑크빛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보았던 노을, 갑자기 주어진 평일의 휴가, 우리 집 옥상에서 보는 하늘, 출근길에 늘 지나치는 선유도공원, 북적거리는 약속을 거절하고 돌아오던 길에 발견한 낮달, 백수 시절 시간이 많아 걷다가 발견한 골목 모퉁이의 예쁜 의자 세 개, 매번 오르내리던 계단의 핑크빛 컬러, 길을 잃어 탔던 버스에서 보이는 풍경, 의도하지 않게 눈길을 뗄 수 없었던 일상 속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기록해 본다.


인싸의 자리를 지키느라, 열망하느라 붉게 닳아오른 마음으로는 절대 모를 자발적 아싸의 관점으로.



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