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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Aug 30. 2021

뭐든 말해 들어줄게

어디든 데리러갈게

고장난 5호선 지하철로 영등포구청역은 인산인해, 40분을 기다렸지만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40분이나 더운 역사안에서 땀을 흘리고서야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이 생각나 사람지옥을 뚫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바깥상황도 그리 좋진 않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그 도로는 서울 안에서도 막히기로 손꼽히는 도로였고 한 정거장 전에 있다는 버스는 15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비오는 거리를 걸어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퇴근 후 한시간 반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지칠대로 지친 나는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들었다. 이런 날엔 이 노래다 싶어 에릭남의 [Good for you]에 푹 빠진다. 

힘들었겠지 하루가 유난히 길었을거야
지금 내가 데리러 갈게
지쳐있을 네 모습에 또 바뀌는 빨간 신호등에 괜히 맘이 조급해
뭐든 다 말해도 돼 어차피 차도 막히는데 다 와갈 때 쯤 깨워줄게

달달한 목소리의 노래를 들으며 잠들었다. 정말로 내가 어디에 있든 누군가 데리러 온다면 살 맛이 나겠다고 생각하면서.


살면서 생기는 힘든 문제 앞에 놓일때마다 평소에는 신경쓰지도 않았던 것들이 덕지덕지 내게 달라붙어 기분이 무거워진다. '나는 운이 없어', '세상은 불공평해', '나는 사는게  힘들어' 하고 투덜거리며 화를 내보지만 금새 접고 만다. 이젠 알기 때문이다. 더이상 어리광을 부릴  없다는 것을. 내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집으로 가야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을.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2시간을 돌아 돌아 집에 도착했다. 앞으로도 어떤 날은 오늘처럼 돌아가야 할 것이고 그럴때마다 무거운 기분이 될 것이다. 그 때마다 나와 내상황을 탓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세상에 움츠린 내가 더 쪼그라들지 않을까. 나를 탓하지 말고 아무 것도 탓하지 말고, 그럴땐 그냥 이 노래를 들어봐야지. 내가 어디에 있든, 얼마나 험난한 길을 가든 데리러 올 사람은 없지만 내가 나를 데리러 간다고 생각하면서. 적어도 나만큼은 내편이 되어줄 것을 약속하면서 달달한 노래에 기대본다. 누구든 그렇게 힘을 냈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멋진 나임을 무조건 믿고.





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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