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의 새해 안부
지난 12월은 나에게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기도 하고 생각의 양만큼이나 힘들었던 겨울이기도 하다. 태풍을 맞딱드린 사람은 전체를 조망하는 계획을 세우기 힘든 것처럼 나도 그랬다. 왜 나에게 이런 일들이 생겼을까, 슬픔과 후회, 원망이 버무려진 거대한 바다에 빠진 채 꼬르륵 가라앉기만 했다. 그러다 숨이 막히면 가끔씩 물면으로 올라와 크게 한번 숨을 모아 다시 가라앉았다.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의 세계에 갖힌 기분이었다. 밤과 새벽에는 누구나 슬퍼지곤 하니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침은 오고 시간은 흐른다. 아침이 오면 누구나 조금씩 현명해지고, 시간이 흐르면 슬픔의 망망대해에 빠졌던 사람도 파도를 타기 시작한다. 파도를 타다 보면 보이는 것들. 지금 나는 슬픔의 어디쯤 흘러가고 있고 무엇을 해야할지, 주변에 놓인 지형 지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것들과 내가 이 바다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도 하루하루 선명해진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헤엄을 쳐야 할지, 그냥 이대로 바다에 빠져버릴지, 아니면 조금 더 고민을 해볼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 세 가지가 있다.
1. 절대로 조급하게 어떤 결정을 하려 하지 말 것.
2. 슬픔의 바다에서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쓰지 말 것.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자연스레 바다에서 빠져나갈 힘이 생긴다는걸 무조건 믿고 또 믿을 것.
3. 슬픔 속에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눌 것.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라면 나의 쫄보 같은 모습도 다 받아주고 이해해 줄 것이다.
나는 평소 새해가 오는 것에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2022년 새해만큼은 다르다. 어쨌든 아침은 오고 사람은 누구나 바보가 됐다가 현명해지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새로운 아침이다. 그리고 큰 변화가 생기기 전에는 지독하게 힘들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의 슬픔을 변화의 계기로 만들면 바보가 되는 구간의 나도 사랑스럽지 않을까. 이제 조금이나마 현명해진 내가 할 일은 힘든 생각의 잔가지들을 쳐내고 남은 굵직한 가지들을 예쁜 화병에 꽂고 잘 키워보는 것이다. 나라는 굵직한 가지를 힘들게 했던 수많은 잔가지들은 모두 타인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 바보같은 모습을 보고 나를 싫어하진 않을까, 나를 무시하는 사람 때문에 힘들땐 어떻게 할까 등등. 타인과 얽힌 나를 오래 생각하다 보면 더 가라앉기만 할 뿐 타인과 나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걸 아침이 오고나서야 알게 됐다.
새해라고 다 반짝이기만 할까요. 당신이 힘들다면 힘든겁니다. 당신이 아프다면 아픈겁니다. 내 슬픔마저 타인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걱정 할 수 있죠, 슬플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때 중요한 게 있습니다. 5분마다 고개를 흔들어 생각의 고리를 끊는겁니다. 나를 제외한 그 어떤 생각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건 없습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2022년 새해에는 거창한 계획에 앞서 가장 먼저 내자신을 안아주시길 바라요. 내마음을 안전하게 수호하는 것, 내 삶의 가장 크고 거창한 계획이 아닐까요?
2022년의 아도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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