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줬는데 왜 나만 힘들까
[잘했는데 왜 나만 힘들까]
출간 소식을 전하며, 어떻게 두 번째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는지를,
또 두 번째 책의 주제가 왜 "관계 에세이"인지를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죠. 브런치에 남긴 글 한 꼭지로 인해 KBS 다큐 [사표 쓰지 않는 여자들]에 출연하게 되기도 했고요, 브런치 북 수상을 하며 첫 번째 책인 [싹싹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제 첫 책의 제목처럼 저는 싹싹하지 못해 '평범'의 범위에도 속하지 못하는 회사원일 뿐이었는데 말이예요. 저에게 일어난 일들로 인해 삶의 보여지는 부분들이 엄청 달라졌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만, 가장 크게 변한 한가지가 있다면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 였습니다. 글을 쓰는 또하나의 내가 나를 위로해주고 손을 잡아준 덕분에 조금 더 자신 있는 나로서 바로 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자신있게 다가갈 수 있었죠.
이전의 저는 싹싹하지 못한 내자신에게 '너는 대체 왜 그렇게 싹싹하지 못한거야?'라며 아주 오랫동안 추궁해왔고, 채찍질 해왔거든요. '싹싹하지 못한 사람도 있지 뭐'라고 인정해줄 생각까진 하지 못했던거죠. 인정하지 못했으니 위로는 커녕 남들에게 건네는 그 흔한 인삿말조차 내게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출판사에서 가져온 기획을 보고 ‘내주제에 무슨 관계에세이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무심코 “인간관계”라고 노트에 적고, 아무 생각없이 낙서를 하다 보니 오히려 인간관계가 저에겐 어려우니까 할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만들려고 할 때 저는 먼저 주제에 관해 쓸 수 있을 것 같은 에피소드를 제목으로 구성해보곤 합니다. 생각에 머물렀던 것들을 글로 적고, 기억을 끄집어내 러프하게 책 한권을 만들어보는 거죠. 다른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에 급급해서 왜그렇게 나한텐 소홀했는지, 글을 쓰려고 여러사람과 나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내면서 알게 됐어요.
오래전 무한도전에 정신과 의사, 스님, 미생을 쓰고 그린 윤태호 작가님이 출연해 힐링멘토가 되어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방송을 보며 내로라하는 정신분야 전문 멘토들 보다 윤태호작가님의 말씀에 더 크게 울컥했어요. 그건 아마도 경험의 차이인 것 같았어요. 작가님이 하는 말 속에는 본인이 겪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어요. 직접 부딪히고 울어보고 고민해봤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이어서 더 울림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결국 내가 수많은 관계속에서 헤매일 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닌, 어려움을 겪고 고민해 본 사람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제가 여러 관계에 대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관계엔 전문가가 없죠. 남일이니까 쉬울뿐, 내 일이 되면 누구에게나 어려운게 바로 ‘인간관계’ 아닐까요?. 내자신을 애틋하게 여기지 못해 탓하고 원망할줄만 알았지 위로하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아니, 위로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너무 오랜시간을 보내온 것 같아요. 어렵고 속타는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관계를 위한 방법을 찾고, 수많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느라 내자신을 가장 뒷전에 두고 잊어버렸습니다.
무리해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 하지만 않는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관계란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흔들릴 때가 많지만,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꿈쩍 않는 나무 한 그루처럼 이제 더이상은 자신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결코 변하지 않는 관계속에서의 문제들을 더이상 내탓으로 돌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자신만을 탓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자신을 자주 의심하면 소소하게 자주 무너지고, 결국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단지 조금 심한 말로 자신을 괴롭히며 순간의 기분에 흔들리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앞으로도 지속되거나, 생길 여러 관계에서 내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무조건 자신을 믿고, 나를 의심하지 않으면 적어도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 무조건적인 믿음의 경험이 어느새 단단한 나를 만들어 줄테니까요.
이 책을 읽는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매일 딱 한문장씩 오늘을 살아낸 감상평을 쓰는데 가끔은 쓰는 도중에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어느날의 감상평은 “커피 한잔 하고 다시” 였다. 아마도 친구가 한 말을 적어놓았던 것 같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매우 지쳤던 그 날 발견한 그문장은 힘이 나라고 만들어낸 온갖 위로보다 훨씬 효과가 있었다. 지친 마음에 가장 좋은 것은 약같은 위로보다도 한템포 쉬는 것이 아닐까?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힘을 내서 가는 것" 말이다.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을 위로해주겠다는 약속보다도, 넘어진김에 쉬어갈 때 보는 책, 꼭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
프롤로그
1장 / 이유 없이 힘든 관계는 없잖아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긴 개뿔
나쁜 말에는 휘둘릴 수밖에 없다
너는 왜 그렇게 사회생활을 못하니
더 가까워지지 말기로 해요
무례한 맛 참견
사람들의 말속에는 내가 없다
도리를 지키며 사는 것만으로도
이제 눈치 보지 않으려고
그때 내 마음은 이랬습니다
있잖아, 네가 그렇게 행동한 거 난 이해돼
2장 / 지나치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엄마, 나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없어
결혼식 가는 길은 험난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금
감정을 잘 숨기는 게 어른인가요?
다정한 말 한마디
얼마나 외로웠을까
잘 싸우자, 그리고 잘 풀자
나는 당신이 싫습니다
당신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관계에도 계절이 있다
3장 / 오늘도 타인의 감정에 휘둘렸다면
송곳과 드라이버는 쓸모가 다르다
질문을 할 때는 적어도 두 가지 답을 예상하시오
넌 아직도 착한 사람이 되고 싶구나?
사정없이 흔들리는 중입니다
마라탕 먹으면 좀 울어도 되겠다
진짜 정리는 버리는 것부터
제가 한 번 안아드릴게요
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이제야 좀 위로가 된다
4장 / 나에게 더 친절한 사람이 되기 위한 연습
좋은 사람이 아닌 내가 되기로 했다
우리는 각자 방향과 속도가 다르기에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글자
길을 잃어도 괜찮아
오직 나로서 살 때 생기는 일들
가면을 벗는 시간
무거운 결심 따위 하지 말고, 가볍게 가볍게
인생은 연극이 아니니까
내 마음을 지키는 건 단호하게
예민한 나에게 베푸는 자비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쓰는 아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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