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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Sep 27. 2017

나부터 좀 위로하자 제발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무심코 흘러나온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노래가사에 새삼 위로가 된다. 나도 모르게 마음을 스르르 놓게 된다.


왜 이렇게 위로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을까.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는 “퇴사했어?”와 “나는 괜찮아” “너는 행복하니”라고 말을거는 책들이 즐비하다. 어느날 그렇게 놓여진 책들을 보며 그냥 그대로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었다. 언급할대로 언급해서 이제는 낡은 느낌까지 드는 우리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


사랑하며 너무 지치고 힘들면 나는 그 사랑이 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다 그만두고 싶었다. 행복이라는 단어 또한 나는 이제 좀 지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인지, 고민해보고 걱정도 해보고 찾고 찾다보니 질려버렸다. 행복하지 않은채로 그냥 행복을 포기했다.


나는 늘 내가 너무 부족했다. 인스타그램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즐비했다. 지겹고 뻔하고 식상했다. 지금 내 정도로는 만족이 안되니 늘 나의 상태는 “내인생은 왜이래” 였다. 나 정도의 재능은 흔해 빠졌다는것을 가벼운 터치 하나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그런 흔해빠진 재능으로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의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의 의미도 없는 하트 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했고, 남의 장점과 나의 단점을 비교하며 왜 내가 이렇게 부족한지에 대해 끝없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한없이 부족한 내가 잘될리 만무한 세상이다. 나는 오늘도 나의 부족함을 손수 헤아리고 있다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노래 한자락에 울컥해진 나를 위로해 주고 싶어졌다.  



저 테이블에 내가 앉아있다. 그녀는 자기 재능으로 잘 되지 못하는 자신을 너무 오래 탓해왔다고 한다. 세상에 잘난 사람이 이렇게 많아서 자기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했다. 이쯤에서 그냥 다시 취직이나 해서 생계나 이어나가야 하는게 아니냐고, 그냥 이 삶에 만족하고 좀비 같더라도 출퇴근을 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한다. 수많은 부조리와 비합리에 지친 그녀의 입에서 또 그 부조리와 비합리가 난무하는 세상속으로 기꺼이 억지로 들어가야 하는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는 이제 자신이 없어보인다. 자기가 디자이너라는 사실만큼은 늘 만족했던 그녀 였는데, 그 일 마저 이제는 지친다고 했다. 모니터를 보며 자신의 행복이 자꾸만 다른곳에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드는 날들을 자꾸 버티니까 가끔 죽고싶더라고 했던 그녀가 다시 그짓을 해야겠냐고 묻고 있다. 마음이 아팠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있는 그녀는 누구보다 밝고 자신있어 보이는데, 왜 그렇게까지 생각하게 되었을까. 나는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정말로 죽고싶어지는 그 세상속으로 들어가는것 밖에는 답이 없을까?



어떤 책에서 자기 자신을 잘 비판하여 힘든 사람은 타인 또한 많이 비판하는 사람 이라는 내용을 보고 뜨끔 했다. 나는 그저 내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비판하는 타인의 모습을 나에게서 발견할 때마다 나는 나를 비판해왔던 것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우선 타인에 대한 비판부터 멈추라고 했다. 나는 어찌나 싫고 좋은게 분명한지 조금이라도 싫은 타인의 모습을 보면 속으로 수많은 비판을 해왔었다. 그리고 그 비판들은 메아리처럼 정확하게 1:1로 나에게 돌아왔다.


전문대밖에 졸업하지 못한나, 대기업의 문턱에도 못가본 나, 늘 허덕대는 회사생활을 해왔던 나, 그럼에도 부지런하지 못했던 나. 나의 모든 선택이 후회 됐다. 왜 나는 더 공부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진작에 시작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결국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나를 괴롭힌건 내 자신이고,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부족한 내 자신을 그만 인정하고, 타인이든 자신이든 모든 비판을 중단해야 했다. 내가 다시 회사원이 된다면 1년쯤 버티다가 또 다시 그만두고 쉬고싶다고 말할것이 분명하기에 더 이상 그런 반복은 해서는 안된다.


일단 나를 충분히 위로해줘야 한다. 후회도 소용없고 지난 시간들은 다 내려놓고 자기자신부터 진지하게 위로해주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저기에 앉아있다. 이렇게 시작하자. 그리고 들어주자, 그 혹은 그녀의 말을. 진짜 속마음을. 찬찬히 하나하나 다 들어주고 적어보고 그 사람의 오늘을, 내일을 위해 고민해보자. 엘리스전의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라는 책에서, 일은 디즈니랜드로 가는 차 같은 거라고, 행복은 디즈니랜드에 있는데 왜 다들 차에서 행복하려고 하냐고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당신은 그 누구든 디즈니랜드에 갈 자격이 있다. 돈이 없으면 벌어서, 있으면 그 돈으로 가면 된다. 디즈니랜드에 가고싶다면 가기위해 노력하면 된다. 이미 가진채로 태어나 디즈니랜드에 몇번이나 다녀온 사람은 나와 비교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비교대상이 아닐뿐, 더 낫고 더 못하고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 당신은, 나는 디즈니랜드에 여러번 가 본 사람이 되어 있을수도 있는 일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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