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교회 순례길에 앞서
아틀라스는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가보지 못한 땅을 아틀라스 위로 걸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무엇보다 옛 지도가 지닌 매력은 비문을 읽듯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이 필요하기에 더욱 크다. 올가 토카르축도 무의식 속에서 바로 그 아틀라스 위를 걷고 있었다.
우연히도 출국 이틀 전 <방랑자들>을 숨 가쁘게 읽어 내려갔다. 마지막 책장을 향할 때쯤 강렬한 인상의 노교수가 불쑥 튀어나왔는데, 그는 여행자들, 특별히 고대 세계를 탐구하는 자들의 안내자였다. 로도스 섬을 지나는 크루즈 한 복판에서 그는 포세이디포스의 시를 마치 현존하는 시인의 목소리인 듯 생생하게 낭송한다.
물결도 일지 않는 고요한 에게의 대기에 소리를 실어 묻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
순간 지나가는 바람의 끝자락에 저 기이한 형상의 창조자 리시포스가 답해온다.
“만물을 지배하는 시간이다.”
인간의 시간과 창조주의 시간이 교차하는 그 순간을 고고학자답게 신화적 레퍼토리로 그려내던 교수는 곧 마주하게 될 타나토스의 그림자는 읽어내질 못했다. <카이로스>라는 이름을 단 짧지 않은 에피소드가 아틀라스로만 그려보던 소아시아로의 여정을 더욱 설레게 한다. 환상으로 가득한 일곱 교회의 이미지를 직접 마주하게 될 때 나는 또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의 한 자락을 만나게 될까?
내일이면 노교수의 <포세이돈>이 항해하던 바로 그 바다를 향해 비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