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처음 키워보는 초보 집사의 애견애(愛)세이
"헉!
개가 제 인생을 물어갔어요.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딱 2개월 하고 보름 전,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다.
고백하건대, 사실 나는 그간 강아지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주변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남의 반려동물을 보며 귀엽다 내지 이쁘다 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뿐만 아니라 평소 내 한 몸도 챙기기 힘들 만큼 굉장히 허약한 신체를 가진 나로서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결혼을 한다 했을 때에도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내 남편에게 고생하라는 눈빛을 보냈고, 남편은 결혼 한지 몇 개월 뒤 환자랑 결혼한 것 같다며 장모님한테 AS나 반품 신청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동물 비애호가 정확하게 말하면 동물 무관심자 그리고 허약체, 그런 내가 강아지를 입양하다니.. 내 주변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그런 놀랄만한 일이 내 인생에 순식간에 벌어져버렸다.
"도대체 개가
어떻게 인생을 물어간 건데?"
강아지를 입양하게 된 계기는 굉장히 양면성이 있는 이야기인데, 강아지를 입양하지 않았던 이전의 이유와 강아지를 입양하게 된 현재의 이유가 동일하다. 큰 두 축으로 나누자면 첫 째는 '남편'이요, 둘 째는 나의 '업(직업)'이다.
남편의 직업은 프리랜서다. 주 5일을 꼬박 일하는 회사원인 나와는 달리 한 달에 평균 열흘 정도 일하는데, 그 20일가량의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제2의 인생을 좀 설계해줬으면 좋겠건만 TV로 시작해서 TV로 끝나는 dayOFF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지방 출신으로 집 근처에 친한 친구도 없고 몇 있는 친구들은 모두 2세 육아에 바쁘셔서, 집에 혼자 오랜 시간을 있다 보니 매번 일하고 있는 내게 "오늘은 언제 와?", "뭐해?", "왜 연락이가 없어?"하고 여러 번 연락하곤 하는데, 흡사 그 모습이 집에 오랫동안 혼자 있어 외로워하고 힘들어하는 강아지 같았다.(개 같다 X, 강아지 같다 O -> 어감 차이가 매우 있음)
그래서 이런 남편을 위해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히나 남편은 동물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개를 포함하여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동물 애호가이기 때문이다. (밥벌이를 위해 졸업은 다른 학과에서 했음) 하지만 매번 강아지 한 마리 키울까 하는 나의 물음에 남편은 놉! 을 외쳤는데, 너무나도 동물 애호가이시기 때문에 극한의 맞벌이 부부가 키우면 강아지가 많이 힘들거라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극한의 맞벌이 부부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남편과 나는 둘 다 광고업계 종사자로... 여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아~ 하고 이해를 한다. 그렇다, 우리 커플은 그 3D 업종으로 불리는 광고업계 종사자이다. 남편은 TVC 촬영팀(카메라맨)으로 나갔다 하면 새벽 출근에 들어왔다 하면 새벽 퇴근을 하는 밤낮과 주말이 없는 직업이다. 나는 광고 기획자(AE)로 경쟁 PT(신규 광고주 수주를 위한 제안)라도 있는 달에는 주 7일 근무는 당연하고, 매일 정확한 퇴근 시간을 모른 채 사는 그런 종족이었다. 퇴근 없는 직장인과 밤새는 프리랜서의 조합은 '최악'은 아닐지언정 '악'정도는 된다랄까. 의식 있는 사람으로서 동물을 행복하게 책임질 수 없다면 키우면 안 되지. 암만 그렇고 말고! 그렇게 생각하며 반려견 키우기 생각은 접어두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업이 180도 바뀌어버렸다. 나는 현 직장을 포함하여 총 4곳의 직장 모두 퇴근이 없는 직종이었는데, (어느 직장은 심지어 기본 디폴트 값이 주 6일이었다) 퇴근 없는 직장생활을 한지 어언 10년이 넘은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버린 것이다. 유명한 키워드로 말하자면 '9 to 6', 더 유명한 키워드로 말하자면 소위 '워라밸'이 지켜지는 정시 퇴근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엄마가 된다
(2021, 정릉동 비둘기 作)
직업이 바뀌고, 내 삶이 바뀜과 동시에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와있었다. 응? 정말이다. 일이 되려면 모두 다 되는 이유고, 일이 안되려면 모두 다 안된다는 이유인 듯 모든 게 다 되는 이유였다.
○ 열흘 가량 일하며 나갔다 하면 밤샘의 프리랜서 <--> 20일가량을 집에 거주하시는 프리랜서
○ 퇴근 없이 주말 출근을 밥 먹듯 하던 광고회사 기획자 <--> 9 to 6의 광고회사 홍보담당자
○ 동물 애호가라 동물을 조금이라도 집에 혼자 두면 안된다 <---> 동물 애호가라 동물을 잘 돌볼 수 있다
○ 시간 없는 맞벌이 부부 <--> 반려견 뒷바라지가 가능한 경제적 능력이 되는 맞벌이 부부
강아지를 키우기 전 안될 것 같았던 여러 이유들이 모두 될 것 같은 이유로 변해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그건 애견샵 분양보단 유기견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생각하면 바로 뛰어들어 실천해야 하는 이 사회의 노예 출신답게 여러 유기견 봉사단체의 사이트 및 SNS을 뒤적거리며 리스트업을 했다. 빨간 줄 빡빡 그어가며 전화를 돌리고 신청서를 넣었다. 유기견 입양 플랫폼 앱을 한 달 넘게 매시간 매일 들여다봤다.(힘겨운 유기견 입양 스토리도 훗날 전해야겠다) 그리고 귀여운 한 녀석이 우리 집에 입성(!) 했다.
물론 이 아이를 입양하기 전, 다른 아이들도 입양 신청을 한 건 사실이기에 '한눈에, 단 번에, 운명처럼!'이라는 말은 하지 못하지만 그렇게 이 아이와 우리는 만났다. 정말 나도 모르게, 어느새, 갑자기, 문득? 그렇게 개엄마가 되었다.
그래서,
인생을 물어간 '개'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아뇨. 앞으로 하는 이야기는 내 인생을 물어간 '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들은 수많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SNS에 깔렸다. 오늘은 예방 접종을 했고, 오늘은 몇 kg이 됐고, 내 강아지 이렇게 이쁘죠 하는 사진과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많다. 심지어 강아지 말투로 강아지 스스로 SNS를 하는 것처럼 운영되는 부캐 느낌의 인스타그램들도 참 많고, 견주들의 정보 공유 및 친목 도모를 위한 오픈 카카오톡방도 활성화된 곳들도 많다. 그런 나의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인생을 물어간 '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개가 물어간 '인생(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히 나처럼 같은 고민과 걱정, 시행착오,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싶다. 구독자 0명의 내가 감히 나의 구독자 프로파일을 규정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맞벌이 부부
○ 1인 가구
○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사람
○ 강아지를 잘 키우고 있는지 의문인 사람
○ 강아지에게 죄책감이 그냥 드는 사람
○ 강아지 입양 후 두통에 살이 쪽쪽 빠지는 사람
● Default : 반려견 1마리 이상 키우는 사람
● Option : 강아지를 키우며 느끼는 닝겐(인간)의 오만가지 의식의 흐름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더 연재하면서 구독자 유형은 더 생각해보련다. 내용은 또 의식의 흐름대로 바뀔 테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