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DIET(펫 다이어트)를 아시나요?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여러분들의 살도 빼드립니다.

by 보슬비
PET DIET?
새로 나온 다이어트 비법인가요?


'펫 다이어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오늘 지어낸 말이기 때문이다.(물론 어딘가에서 다른 의미로 쓰고 있을지도...?) 강아지를 처음 입양하고 빠졌던 나의 살들, 그리고 강아지를 키운 지 어언 3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빠지고 있는 나의 살들. 이 의도치 않은, 적어도 그렇게 간절할 때는 빠지지 않았던 나의 살들이 강아지를 키우면서 저절로 빠진 것을 보면 '펫 다이어트'라는 키워드가 생길 만도 하다.



물음표 살인마와 느낌표 살인마


그래서일까? 그러한 의식들은 바로 반려견의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변했는데, 그 강박관념은 거의 내게 살인마 같은 존재였다. 강아지의 행동 하나하나에 물음표가 생겼고, 그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만들기 위해 나는 수많은 글과 영상들을 보고 찾아야 했다. 이게 굉장히 간단해 보이지만 예를 들면 이런 것과 같다.


강아지가 밥그릇을 발로 긁는다 -> 왜 긁지? -> 네이버/유튜브 검색 X 반복

강아지가 한쪽 눈만 깜박한다 -> 왜 그러지? -> 네이버/유튜브 검색 X 반복

강아지가 뒷다리로 귀를 턴다 -> 왜 털지? -> 네이버/유튜브 검색 X 반복


어떻게 보면 그냥 강아지의 일상적인 행동일 수 있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 물음표였고,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해결을 해야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거라 믿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사람도 가끔은 수저로 밥그릇을 긁을 때도 있고, 한쪽 눈만 깜박할 수도 있고, 귀가 간지러워 잠시 긁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강아지라서, 특히나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모든 게 물음표였고, 그게 혹시나 불행의 시그널일까 봐 전전긍긍하며 인터넷 서핑을 타는 것이다.



윈드 서핑 아니고 인터넷 서핑은
필요+악


이 인터넷 서핑이라는 것은 정말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 이유는 인터넷이라는 넓은 공간에는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답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사람마다 다 다른 답을 달아놓고, 수많은 카더라 통신과, 라떼는 말이야 시전 등 하나의 질문에 적게는 10~20분, 많게는 1~2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그렇게 투자를 해도 느낌표를 찍지 못하는 물음표들도 있었다. 나의 24시간이 물음표와 느낌표로 가득 차니, 결국 나는 잠에 들 수 없었다. 소위 앉아서도 자고 본부장님 배석 회의에서도 졸다가 혼날 정도로 '잠순이'었던 내가! 불면증 아닌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누워있다가도 어떤 간식이 좋지? 하고 물음표가 들면 바로 검색을 하고, 또 누워서 자려고 하다가도 방 밖에서 분리 수면해도 괜찮나? 하고 검색하고, 또 누워서 자려는데 반려견이 움직이는 소리에 잠시 귀 기울이고, 그렇게 나는 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선잠이 들었을 때는 심지어 강아지 모모의 환영까지 봤다. 분리 수면을 하고 있었는데 이불 위에 떡하니 있는 강아지. "모모야 너 여기 왜 있어?" 하고 옆을 보면 옆에도 나타나고 화장대를 보면 화장대에도 나타나고. 모모 귀신 마냥 계속 내 눈앞을 맴돌았다.



분리불안 살인마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녀석들이 물음표와 느낌표라면, 나를 1초도 쉬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분리불안이었다. 대게 분리불안이라 하면, 무리 생활을 하는 강아지들을 장시간 혼자 두게 하면 분리불안이 오면서 집안을 헤집고 다니고 문제행동들을 많이 일으키는 걸 일컫는데, 그 분리불안이 강아지가 아닌 내게 온 것 같았다.


우리 집에 온 강아지 모모는 나이가 약 2개월 차쯤 추정(유기견이라 정확하지 않음)이었는데, 갓난아이 2개월이라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사실 어린 강아지들은 하루 17~20시간을 잘 정도로 자는 시간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갓난아이를 집에 혼자?라는 불안이 나를 휘감았다. 그래서 출근 이후에도 CCTV를 계속 켜놓고 일을 하거나, 화장실 갈 때도 CCTV를 확인하고 심지어 40분 거리의 회사-집 거리를 뚫고 점심시간에 강아지를 보러 집에 왔다 갔다. 정말 1분 1초도 강아지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는 첫 일주일이 그렇게 지났다.


그래서 다이어터님의
첫 일주일 인바디 결과는요?


강아지 기른 지 첫 일주일 동안 나는 3kg가 빠졌다. 몸무게는 3kg지만 심적으로는 30kg가 빠진 것 같이 퀭하고 힘이 없고 온몸이 아팠다. 잠도 못 자고 생각의 휴식시간도 없으니 그럴 만하다. 고3 수능 때에도 8시간 이상씩 자던, 커서 '잠'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던 잠순이가 거의 일주일을 잠도 못 자고, 1초도 쉬지 않고 강아지 생각만 했으니 몸이 고장 나는 건 당연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행복이 컸지만 그만큼 힘듦도 컸다. 솔직히 괜히 키웠나 하는 후회도 하기 시작했다.



가끔 쓸모 있는 남편의 한마디


그렇게 피폐해져 가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모모도 행복해야 하지만 너도 행복해야 해". 맞는 이야기였다. 반려동물도 행복해야 하지만, 그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도 분명 행복해야 한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의 집착을 버리고 모모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상이 있다고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 둘 다 행복하기 위해 재미있게 놀 궁리들만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삶에서 강아지와의 영역 구분을 시작했다.


우선 회사에서는 CCTV off를 했다. 사실 이 CCTV라는 게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견주들의 분리불안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집 밖에서의 내 삶이나 직장에 있을 때에는 내 삶에 집중하고, 집에 와서는 강아지에게 집중해주고. 그렇게 각각의 삶에 집중하다 보니 물음표들과 느낌표들, 분리불안들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핸드폰을 쥐고 검색하는 엄마의 모습보다 자기와 더 놀아주는 엄마의 모습에 모모도 더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나도 강아지를 키운 경력(!)을 쌓은, 아주 조금 노련해진 견주 경력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두 번째 펫 다이어트
WALK & WALK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애견 지식이 있을 것이다. 바로 '산책'. 정말 한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 산책 열풍이 불진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 강아지 강 씨(강형욱 개통령을 칭하는 말이라고 함) 덕에 모두가 1일 1 산책을 한다. 많이 하는 분들은 1일 3 산책도 하고, 일명 "똥책"이라고 해서 실외 배변만 하는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산책을 한다.


우리는 맞벌이이고 시간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1일 1 산책을 하자고 마음먹었고, 그래서 아무리 심심해도 2번은 안 나가려고 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1번은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견주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60분 내외 산책을 하는데 다녀오면 땀범벅에 샤워를 해야 할 정도이다. 평소 걸음이 빠른 것도 있는 것 같고 워낙 우리 강아지님은 달리기를 좋아하셔서 중간에 달리기 부스트를 몇 번 넣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터그 놀이와 공놀이, 손 물리는 게 무서워서 산 손인형으로 친구 놀이해주기 등 집안에서도 다채롭게 놀아주고 있다. 강아지가 없던 삶에서는 그냥 휴대전화와 TV, 소파 그 정도였다면 이 아이 덕분에 집에서도 밖에서도 많이 활동하는 내가 되어있었다. 하다 못해 배변 패드를 갈아주려고 해도 일어나서 움직여야 하니깐.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운동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보통 산책 다녀오면 병든 닭처럼 소파에 누워 나도 강아지도 한 시간 넘게 낮잠을 자곤 했는데, 요즘에는 낮잠도 많이 없어졌다. 기존에 빠졌던 몸무게에 조금 더 빠진 채로 유지가 되고 있으니 3개월간 완벽하게 4킬로 정도를 감량한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살 빠졌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완전 티 나는 다이어트를 성공한 것 같기도! 그렇게 간절할 땐 빠지지 않던 살들이 강아지와의 즐거운 산책으로 저절로 빠진 것이다.



펫 다이어트
첫 째는 틀리고 둘 째는 맞다


자칭 '펫 다이어트'의 두 가지 경우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이 '펫 다이어트'라는 것은 우리 반려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냐는 사랑법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첫 번째의 경우는 매우 잘못된 다이어트법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그런 의도를 갖고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들은 없겠지만, 반려견의 행복만을 좇는 외사랑은 견주의 삶을 건강하지 않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운동 없이 굶어서 하는 다이어트법이 바로 첫 번째 사랑법인 것 같다. 반면 두 번째 다이어트법처럼 '행동 하나하나 뭐가 잘못됐지?' 하는 불안이나 걱정을 하기보다는 '어떤 걸 내 반려동물이 좋아하지?'하고 아이가 더 좋아하는 걸 찾는 것이 건강한 사랑 법이고 추천하는 바이다. 반려 동물을 사랑하는 만큼 나 자신도 사랑하는 것, 해삐독과 함께 해삐휴먼이 되는 것.



어머님은 짜장면이 좋다고 하셨어


반려 라이프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여생을 동반하는 것 아닐까? 강아지만의 희생도 안되지만 휴먼만의 희생도 옳지 않다. 요즘 모든 매스미디어에서 동물 동물 하기에 더더욱 사람이 희생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나는 반대한다. 둘 다 행복해야 한다. 예전에 어머니는 짜장면을 싫어하셨겠지만, 요즘은 달라져야 한다. 짜장면이 비싸면 호떡이라도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즐겨야 한다. 그게 반려 라이프다. 함께 행복해지자.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한 자는 다이어트에 대해 논하지 말라했다. 나는 4kg를 감량한 성공자이므로, 감히 이야기해도 되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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