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은 종(種)이 아니에요

'품종견'의 반대말은 '유기견'이 아니에요

by 보슬비

연예인 이효리 씨 덕에 유기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도움의 손길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간 '유기견'이라고 하면 그저 동네를 떠도는 개 정도로 인식해왔던 것이, 동물을 유기하는 무책임한 사람들에 대한 문제 인식이 높아졌고, 또 그 버려진 동물들을 소중한 한 생명으로 여겨 내 가족처럼 잘 키우는 이효리 씨 같은 일반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기견들이 새로운 입양자를 찾기 전까지 '임보'라고 불리는 임시보호로 잠시나마 유기견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는 단순 임시 보호 수준이 아니라 임시 엄마/아빠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병원 치료 및 사료, 간식 등을 제공하며 케어한다. 그런데 높아진 우리의 의식에 반해 조금은 잘 못 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유기견이라서 가정에 입양됐다는 이유로
행복한 거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유기견들을 바라보는 시선 중 하나가, 가정에 입양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복한 거라 이야기하는 거다. "이야~ 너 길바닥에서 배고프게 살 수도 있었는데 이 집에 입양 와서 너 좋겠다~", "따뜻한 집도 있어 밥도 있어 넌 행복에 겨운 거다~"라는 이야기들을 우리 집 강아지는 줄곳 듣는데, 물론 나쁜 의미로 이야기하려고 하신 건 아니라는 걸 알지만, 틀린 이야기이다. 유기견뿐만 아니라 펫 샵의 강아지도, 옆집에서 낳은 강아지도, 심지어 사람의 아기까지, 어떠한 생명이라도 가족이 생기는 것 행복한 일이다. 유독 유기견들에게만 가정에 입양되었다는 그 단 한 가지로 행복을 이야기한다. 누울 집이 있고 먹을 밥이 있는 건 사실 기본적인 거다. 아이와 얼마나 교감하는 시간이 많은지, 같이 산책은 자주 가는지, 잘 놀아주는지, 아픈 데가 없는지 꼼꼼히 들여다봐주는지 등으로 행복을 논해야 하지 않을까.


축하 인사는
유기견이 아닌 견주에게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이거다. 유기견 입양 시 유기견에게 '너 가정에 입양해서 잘됐다'라는 인사보다 견주에게 인사를 해주자.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입양하셨네요. 행복만 가득하시겠어요~"라고 말이다. 펫 샵에서 소위 '품종견'이라 불리는 강아지를 입양했을 때 강아지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걸 본 적이, 상상한 적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유기견도 품종견이라 불리는 강아지들과 똑같이 입양을 보내자. 그리고 유기견이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봤을 때도 이렇게 연습해보는 건 어떨까? '유기견이 너무 불쌍해'라는 마음의 쓰림은 둘째로 밀어 두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맨 처음은 그 유기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다. "이런 888888888".


개는 개다


앞서 소위 '품종견'이라 불리는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따지고 보면 '품종(品種)'이라는 말은 '생물 분류학상의 종류'라는 뜻이다. '치와와'라던지 '골든 리트리버'라던지 학문적으로 나눠져 있는, 알려져 있는 종을 일컫는 말인데, 요즘에는 품종견을 우수한, 예쁜, 비싼 이러한 상급의 의미로, 유기견은 그에 반해 우수하지 않은, 예쁘지 않은, 믹스의, 무료의 등 품종견의 반대말처럼 쓰고 있는 것 같다. 세상에 유기견이라는 종(種)은 없다. 여러 종이 섞여있다고 품종견이 아닌 것은 아니다. 사전이나 백과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종(種) 일뿐. 생각해보면 유독 우리는 반려동물에만 종을 따지고 드는 것 같다. 원숭이가 긴팔원숭이이고, 할아버지 원숭이이고, 일본원숭이이고 그 종류를 따지나. 원숭이는 원숭이일 뿐. 개도 그렇다. 개는 개일뿐. 종종 거리지 말자.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PET DIET(펫 다이어트)를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