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수쟁이 Feb 07. 2024

240207 남편을 회사에 바래다주었다.

이 시간에라도 함께 있고 싶더라.

아침에 눈을 뜨니 8시 반. 아침 뭐 먹지? 아직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물었다. 헉 지각이다,라고 말하며 헐레벌떡 남편이 일어났다. 오잉? 오늘 설 연휴 아닌가.


오늘 아침의 일이다. 오늘부터 설 연휴가 시작인 줄 알고 느긋하게 아침 메뉴 타령을 했는데, 아직 설 연휴가 멀었네..그건 그렇고 늦잠에 지각이다.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했다. 샤워하고 있는 남편 옆에서 장난치며 대강 씻었다. 어제 미리 꺼내둔 옷을 후다닥 입고, 커피 한 잔 휘리릭 내렸다. 회사까지 데려다 달라는 남편 말에 내비를 찍어보니 길이 덜 막혀 함께 차에 올랐다.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고 떠들고 웃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느새 남편 회사 앞. 남편을 내려주고 여의도로 달렸다.


종종 출근할 때 남편을 데려다주거나 퇴근할 때 남편을 픽업해서 돌아온다. 살짝 돌아서 가야 하긴 하지만 그 시간이 즐겁다. 특히 남편에게 야근이 많을 때면 한 집에 살아도 얼굴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이 시간에라도 함께 있고 싶더라.


결혼하기 전부터 하고 난 뒤까지 툭하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제 남편에게 적응된 걸까. 남편이 없을 때 집에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혼자 있는 게 내심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심심하고 남편이 보고싶다.


결혼생활이라는 게 이런 걸까. 3년 남짓 함께 살다 보니 정말 많이 변했다. 초기엔 아침에 눈 뜨고 대화도 없던 우리다. 일어나면 늘 다운되어 있고 예민해서 말을 섞기가 싫었다. 그래서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이제는 눈 뜨고 대화도 하고 웃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툭하면 남편을 남겨두고 밖에 나가거나 남편에게 홀로 여행을 가라고 종용했는데(혹은 내가 가거나) 지금은 한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익숙하고 편하다. 남편이 야근을 하면 야호! 기회다 싶어 급하게 술 약속을 잡았는데, 이제는 야근하는 그가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지금도 종종 술 약속을 잡긴 한다...) 못마땅하던 남편의 집안일 방식도 그러려니 한다. 그도 같은 마음으로 나를 양해해 주고 있겠지 하면서.


참 다행이다. 영영 맞춰지지 않을까 봐, 서로에게 다듬어지지 않을까 봐 한껏 예민하고 우울하던 시기를 지난 것 같아서. 서로를 배려하고, 한 편으로는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나저나 남편은 오늘도 야근이다. 남편이 보고 싶긴 한데, 야호! 혼자 마라샹궈 시켜 먹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40206 올해의 모토: 새로운 정착을 위한 시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