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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Feb 06. 2024

240206 올해의 모토: 새로운 정착을 위한 시도

그때는 '새로운 정착'을 잘 해낸 상태이기를 바란다.

새해가 되면 그 해의 모토를 정한다. 올해는 '새로운 정착을 위한 시도'라고 정했다. 두 가지의 새로운 정착을 소망하고 있어서다.


먼저는 이직이다. 얼마 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그제야 알았다. 일을 한 지 벌써 11년 차가 되었다는 걸.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해서 언제 연차가 쌓이고 직급을 달 수 있으려나 걱정했는데 소리 없이 쌓이는 눈처럼 나도 모르게 차곡차곡 쌓였네. 연차가 없을 때는 없는 대로 불안하더니 쌓여도 불안하다. 지금까지의 경력이 물경력인 건 아닌지 다음 스텝은 어떻게 될는지 앞으로도 계속 잘 할수 있을지 등 걱정이 끝이 없다.


나는 사실 지금 맡은 브랜드를 여전히 너무나 사랑한다. 매달 25일이면 꽂히는 월급도 두 말할 것 없이 사랑한다. 또 오래 다닌 만큼 브랜드를 잘 이해하고 있고,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그리고 이곳이 익숙하고 편안하다. 그럼에도 갈증이 계속 생기더라.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 브랜드를 좀 더 잘 키우는 일을 하고 싶다, 스마트한 사람들과 치열하게 일하고 싶다, 인정을 받으며 일하고 싶다 등등. 어쩌면 지금 내가 이 회사에서는 이런 것들을 못 하고 있어 드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올해는 이직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아직 내가 원하는 채용 공고도, 분야도 없어 조금 막막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두 번째 새로운 정착은 이사다. 올여름이면 지금 집의 계약이 끝난다. 이 집에 좋은 기억이 많다. 근처에 산책로가 잘 되어 있고, 번화가도 있어 생활하기에 참 좋았다. 노린 건 아니었지만 친한 친구가 근처에 있어 시시때때로 만나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남편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좋았다. 이사 올 때까지만 해도 마음에 안 드는 남편의 언행을 기록하며 그의 안 좋은 점에 집중했다. 싸우고 화해하고, 함께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며 자연스레 우리 관계는 회복되었다. 이제는 지난날을 웃으며 회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남편의 언행을 기록하던 노트는 더 이상 펼치지 않게 되었고.


좋은 기억이 많은 집이니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겠지만 떠나려고 한다. 2년 전, 집을 급하게 구했다. 하자 없으면 계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구했던 지라 집 자체가 좀 별로다. 독립으로 집을 구할 때부터 싫어하던 집의 구조가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주방이 보이는 것인데, 지금 집이 그렇다. 현관문을 열면 냉장고가 반겨주는 느낌이다. 또 공간 활용도가 떨어져 아쉬운 부분이 많다. 어차피 집을 구매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고, 2년씩 에어비앤비 하는 마음으로 살자는 주의여서 이사가 싫지는 않다. 챙겨야 할 게 많기는 하겠지만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될지 기대가 더 크다.




새로운 정착을 위한 시도. '시도'라는 말 앞에 '새로운 정착을 위한'이라는 말을 붙였다. 올해는 '시도'도 의미 있겠지만 '새로운 정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직과 이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어떻게 될는지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올해의 끝에 서면 알 수 있을 일이다. 그때는 '새로운 정착'을 잘 해낸 상태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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