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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Feb 13. 2024

240213 우리 집에 없는 것.

아무래도 내 취향의 물건이 아닌 것 같다.

결혼 준비를 하며 가전이나 가구 리스트를 의논할 때의 일이다. 화장대는 필요 없다는 말에 남편은 당황한 것 같았다. 화장도 잘 안 하고, 공간 차지하는 것도 싫다며 화장대 놓는 걸 반대했다. 지금까지도 우리 집에는 화장대가 없다. 화장대만 없는 게 아니라 거울도 없다.


첫 신혼집에는 신발장 옆에 전신 거울이 있어서 필요가 없었다. 거울 옆에 바로 옷방이 있어 옷 입고 나와서 거울 보고 신발 신고 나가면 끝, 동선도 딱 알맞았다. 첫 신혼집을 떠나 이사를 왔을 때, 거울 하나는 있어야 할까 잠깐 고민했던 것 같은데 2년이 다 되도록 거울 없이 지내고 있다.


다행인 건 이사 온 집에도 거울이 내장(?)되어 있었다. 바로 화장실 거울. 우리 집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화장실로 가는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만 거울이 있으면 좋은 점이 있다. 씻고 나서 나를 정돈하는 일을 한 번에 다 할 수 있다. 기초 화장품을 바르고 메이크업, 드라이까지. 지체 없이 모든 걸 할 수 있다. 안 좋은 점이 있다면 -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서있는다는 거… 그리고 전신 거울이 아니다 보니까 옷을 입고 위아래 모습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거 정도겠다.


생각해 보니까 집에 손거울도 하나 없다. 쿠션에 달려있는 작은 거울이 전부다. 집에서 쿠션을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 나는 집에서 거울 볼 일 없이 살고 있구나 싶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거울을 덜 보기는 하는 거 같다. 공중 화장실에서도 손만 씻으면 바로 나가 버리고, 사무실에 거울을 놓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한 때 이게 의아하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거울을 안 보지, 잠깐 생각해 봤다.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인가 있어서 인가. (나는 내 얼굴이 좋긴 하지만 자신감이 넘칠 정도는 아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기 싫어서 그러는 걸까. (써놓고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사실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데 뭐 자주 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거울이라는 것이 내 취향의 물건이 아닌 것 같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 최소한으로만 있어도, 집 화장실에 하나만 있어도 되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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