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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Jul 04. 2019

#14. 2019년 2분기 백수생활 정리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다. 백수이긴 하지만 여러가지 소소한 계획(?)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글쓰기도 계획 중 하나이긴 했으나 왜인지 모르게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렸다. 그리고 또 게재했던 어떤 글에 대한 댓글을 보고 글을 쓰기가 싫었다. 백수 생활을 하며 드는 생활비에 대해 쓴 글이었다. 그 글을 쓴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백수가 되기 전 막연하게 느꼈던 두려움 중 가장 컸던 돈에 대해 쓰면 백수 생활을 꿈꾸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정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한 달에 드는 생활비에 대해 가감없이 적었다. 그런데 나의 생활비 글을 보고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댓글을 달았다. 화가 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지도 못하고, 궁금해 하지도 않을 사람이 생활비 하나로 나를 재단한다는 것이.(그래서 소심한 마음에 그 글은 숨김처리 해버렸다.)

그럼에도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서.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기록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하루의 일상이라는 나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싶고, 잘 기록해서 나중에 다시 꺼내 읽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간 무얼하며 백수 생활을 이어왔는지 기록해보고자 한다.

[공부하는 습관, 토익 공부]
내 삶을 내가 원하는 형태로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에 필요한 여러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습관 중 하나는 ‘공부하는 습관’이었다. 그러면서도 사실 지금 당장 배우고 싶은 무언가가 없어 만만하게(?) 토익 공부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펼친 토익 책은 한동안 옛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대학 시절에 잠깐 토익 공부를 하던 그때의 풍경과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때 했으면 공부가 더 잘 했을 텐데, 근거 없는 후회도 들었다.
토익 공부를 했으니 시험을 치기도 했다. 원하는 점수는 아니었지만 노력에 비해 점수가 잘 나왔다. (왜 학생 때는 이 점수가 안 나왔던 거죠?) 조금 더 공부해서 점수를 높여볼 계획이다.

[14년만에 드디어, 운전면허]
20살이 되면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면허를 따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생으로서 학원비가 부담스러웠고 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과연 면허를 딸 수 있을까?, 뭐 이런. 그리고 면허를 딴다고 차를 살 수도 없잖아, 라고 핑계를 대며 미루었다. 14년동안. 사실 지금도 차를 살 형편이 아니지만 일단 따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제주 여행을 한 것이 계기였다. 부모님과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갔는데, 운전을 할 줄 몰라 아버지가 계속 운전을 했다. 나름 효도 여행이었는데, 운전만 하게 하는 것 같아 죄송했다. 다음 여행에서는 꼭 내가 운전해서 모셔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서울로 돌아와 학원을 등록했다. 신기한 일이 생겼다. 면허를 따려고 하니 동생이 차를 주겠다고 한 것이다. 지방에 있던 동생이 가족들이 있는 경기도로 오면서 차를 처분하려 했는데, 선뜻 나보고 가지라고 했다. 그래서 학원비만 내고 차까지 얻었습니당...!

[처음 떠나는 가족여행]
부모님과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떠나는 건, 오래 전부터 나의 버킷리스트였다. 하지만 회사를 핑계로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정말 핑계였다. 왜냐하면 가족여행 말고 다른 여행은 잘만 떠났었거든. 일을 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지만 다들 너무 기뻐하고 행복해하셨다. 한 것도 없는 내게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하셨다.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부모님과 제주에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엄마랑 동생과 오키나와에 다녀오기도 했다. 지방에서 일하느라 수고한 동생에게 여행을 선물하고 싶었다.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동생의 바람에 오키나와로 여행지를 정했다. 동생은 일을 시작한 뒤로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휴식도 취하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해주었다.

[졸업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직 대학교 졸업을 하지 않았다. 졸업을 하지 않은 채로 회사를 다녔다. 학점은 다 이수했는데, 졸업 논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직을 할 때면 인사과에 불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올해는 졸업할 예정이라고 거짓말인지 다짐인지 모를 말을 하곤 했다. 인사과에 불려가는 것도 곤혹스러운 일이고, 나중에 호오옥시나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어려움이 생길까 이번엔 졸업 논문을 제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논문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제안서나 보고서를 쓰는 일이라면 몇 십장이라도 쓰겠는데….(사실 이것도 잘 못함) 4월쯤엔가 방향을 잡고, 6월 초에 완성을 했다. 이메일 접수와 학교 방문 접수 둘 다 해야 했는데, 내 학번을 보고 다소 놀라던 담당 직원 표정이 떠오른다.

[글쓰기 알바 시작]
내가 글쓰기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이따금씩 했었다. 이 생각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지인을 통해 기업 PR 원고를 쓰게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버는 월급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입이지만 내가 쓰는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지금도 신기하다. 아직은 초반이라 능숙하게 잘해내고 있진 않지만 꾸준히 열심히 해보려 한다.

[취업 준비]
백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6-7월에는 취업 해야지, 하는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취업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불안해 하는 일에는 참 성실하게 임했다. 특히 요즘 그랬다. 막상 채용 공고를 보니 지원할 만한 데도 없는 것 같고, 만사 귀찮아 하면서 이러다 평생 다시는 회사 생활을 못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에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한 건가. 준비하면서 불안해하는 건가.
물론 여러 군데 지원하기는 했었다. 그중 가고 싶은 곳도 있었고 와 여기는 되도 안 간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도 있었다. (아직도 배가 부른 것인가) 아무튼 이제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 많은 것을 한 것 같은데 적고 보니 별 것 없는 것 같다.(그래서 기록이 중요한 거라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지낼지 사실 아무 생각이 없다.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해보자, 정도와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성실하게 살자는 것 말고는. 앗참, 또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올리자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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