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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Mar 21. 2019

#13. 백수의 생활비2

늘어난 지출과 줄어든 지출

생활비 예산과 항목을 정하기야 했지만 지나고 보니 주거비나 통신비 같은 고정 항목을 제외하고는 계획대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특히 용돈에는 식비와 생활비가 모두 포함된 것이었는데 백수로 지내면서 이 부분에서 지출이 더 늘어난 항목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줄어든 항목도 있었다.


먼저 늘어난 항목을 정리해보자.


1) 식비

회사 생활을 할 때도 나는 식비가 많이 들어가는 편이 아니었다. 점심식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저녁은 집에 있는 재료로 대충 볶음밥을 만들어 먹거나 간단한 파스타나 라면을 먹곤 했기 때문이다. 또 음식에 쉽게 질리기도 하고 일회용품 뒤처리가 귀찮아 배달 음식도 거의 먹지 않는 편이었고, 주전부리를 즐기지도 않았다. 그래서 생활비 계획을 세울 때도 식비가 얼마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용돈 항목에 식비를 퉁 쳤었다.


한 달이 지날 때마다 가계부를 정리하는데, 식비로 쓴 돈을 보고 조금 놀랐다. 용돈의 대부분을 식비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1-2끼로 몇 년째 생활하던 식습관이 어느새 3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인지 식재료 양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수북하던 쌀통에 쌀이 바닥을 드러내고, 전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 못 먹을 것 같던 김치통에 김치도 이젠 반포기 밖에 남아있고, 예전엔 채소가 상해서 버리는 게 일이었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는 지경이 되었다. 집에만 있는데 왜 이렇게 허기가 지는지 모르겠고 예전엔 어떻게 점심을 먹지 않고 일했었지, 과거의 내가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대충 차려 먹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예전엔 지금 배고픈 나를 당장 달래기 위해 급하게 차려 먹곤 했는데 급할 일이 이젠 하나도 없어서인 듯 하다.


2) 생활용품

식비가 늘어나면서 자연적으로 많이 쓰는 용품들이 있다. 주방세제, 치약 같은 것들. 집에서 매끼마다 쓰다 보니 이런 용품들이 줄어드는 것도 눈에 보인다. 특히 치약을 짤 때마다 또 벌서 다 써가네,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화장품이나 세면용품도 그렇다. 예전엔 눈 여겨 보지 않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줄어드는 화장품을 보면 마음이 졸여진다.


줄어든 항목도 있다.


1) 의류나 잡화 쇼핑

사실 나는 쇼핑을 좋아하거나 많이 하는 편이 아니기는 하다. 쇼핑에 쏟는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기 보다는 귀찮기도 하고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면 눈으로 보기만 해도 이미 가진 것 같은 풍족함을 느껴서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래도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매일 입을 옷이 없는 것 같고 해서 종종 쇼핑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갈 일이 없으니 입을 옷이 있든지 말든지 라는 생각, 아니 옷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나 욕구가 없다. 그래서 당연히 쓰는 돈도 없다. 글을 쓰면서 최근에 쇼핑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봤는데 다이소에서 산 밀대 걸레와 볼펜 리필 잉크가 고작이었다.


2) 유흥비

과거의 내가 유일하게 아끼지 않고 돈을 썼던 항목일게다. 과거에 나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술이 좋은 것 같아, 라고 말할 정도로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셨다. 백수가 되고 종종 술을 마시기야 했지만 백수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고맙게도 친구들이 몇 번 사주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술을 별로 마시고 싶지가 않다. 유흥비로 지출하는 돈이 아깝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술 마신 다음 날 저조한 컨디션으로 반나절 이상을 날려 버리는 게 싫어서 피하게 되었다. 회사도 안 가는데 반나절 정도 침대 위에서 그냥 흘려 보내는 게 뭐 어때서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남들 다 다니는 회사도 안 다니면서 일평생에 다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이 백수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는 건, 글쎄 나는 좀 아깝더라. (조금만 마시면 될 일이기야 하겠지만 그건 여태 번번히 실패해서… ^_^)


아무래도 수입이 없다 보니 가끔은 불안하다. 몇 천원을 써도 잔고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4월에는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어 돈이 이래저래 나갈 것 같은데 겁이 나기도 한다. 이럴 때 마다 나 자신을 다독인다. 뭐라고 다독이냐고? 니가 모은 돈 그렇게 큰 돈도 아니고, 쓰는 돈은 더더욱 크지 않으며 그거 쓴다고 니 인생 어떻게 되지 않는다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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