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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Apr 27. 2020

#27. 운수 좋은 날

월요병을 극복하고 들은 희망퇴직

모처럼 기분 좋은 월요일이었다. 요즘 나는 새벽 기상을 실천하고 있는데 월요일만큼은 새벽 기상이 어려웠다. 몸과 정신이 월요일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새벽에 눈도 잘 떠졌고 그래서 요가도 하고 아침 식사도 든든하게 챙기고 일찍 출근도 했다. 마음에 드는 한 주의 시작이었다.


아웃룩과 메신저를 켜고 오늘의 업무를 정리했다. 급한 업무가 없어 모처럼 여유롭게 지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도착한 메일 한 통. 전사 미팅 메일이었다. 기분이 싸했다. 예고도 없이 월요일 아침 덜컥 전사 미팅이라니. 미팅의 요지는 이거였다.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고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것. 안다. 여기까지는 나뿐만 아니라 회사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고 대한민국도, 세계도 안다. 문제는 이거였다. 그러므로 희망 퇴직자를 받겠다는 것.


미팅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이 수준으로 설명하고 끝낼 미팅이었다면 메일로 말하지 뭣하러 사람들을 불러 모았담.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팀원들 얼굴에 '심란'이라고 쓰여있다.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희망퇴직을 자기의 일로 받아들였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들에게 희망퇴직을 신청하라고 하지 않았건만. 어떤 사람은 자기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자기 보고 한 얘기 같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경력이 짧은 본인이 나가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했다. 내 입장에선 신입보다는 좀 더 높은 연봉을 받는 내가 나가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했고.


사무실에 돌아와 그룹장에 이어 인사팀과  면담을 했다. 나는 궁금한 게 많았다. 왜 희망퇴직만이 어려운 경영난을 극복할 방법인지부터 신청자가 없을 시의 대안은 또 무엇인지, 희망퇴직을 받는 방법뿐이라면 그 방법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가 있는지 등등. 어떠한 답변도 충분치 않았다. 너는 희망 퇴직자로 신청하길 바라는 대상자가 아니니 안심하라는 얄팍한 정보 혹은 입 발린 소리 같은 걸 들었을 뿐이다.


무력감을 느낀다. 내가 아니라면 남의 일이라면 이건 다행한 일인 건가. 그 말이 사실이어서 내가 이 조직에 잔류하게 된다면 난 감사히 여기며 일해야 하는 걸까 아니 그럴 수나 있는 사람인가 내가.


거취를 떠나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왜 싱숭생숭한 건지도 모르겠다. 화가 나기도 했다가 마음이 불안해지기도 한다. 조금 더 마음을 들여다 보고 다시 글로 정리해야겠다.


모처럼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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