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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Jun 13. 2022

#62. 12년 만에 피아노를 다시 배워보려 한다.

그림자처럼 나와 떨어지지 않고 내 곁을 맴도는 것이 있다. 빛에 따라 그림자 길이가 달라지듯 그것도 들쑥날쑥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어떤 때는 흐릿하게 나타나다가 이내 곧 짙고 뚜렷하게 내 곁을 맴돈다.


살아보니 그런 것이 몇 가지는 되는 것 같다. 글쓰기나 외국어 공부도 그렇고, 그리고 피아노까지.


오늘은 피아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피아노를 처음 접했던 건 여섯일곱 살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아마도 엄마들의 세계에서는 자녀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이 유행이었던 것 같고 그 흐름을 놓치지 않는 우리 엄마는 어느 피아노 학원에 나를 데려갔다. 선생님은 영업 멘트로 딸아이 손을 보니 큼지막해서 피아노를 잘 칠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얼마나 끈기 없는 아이인지는 몰랐으므로 손 크기만 보고 멘트를 날린 거겠지.


그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배우고 그만 두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래서인지 실력은 잘 늘지 않았고 또 그래서인지 더럽게 재미가 없었다. 체르니 100번을 겨우 끝내고 30번으로 들어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피아노를 또 그만두었다. 엄마는 내게 두 번 다시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하지 말라고 씅을 냈다. 그럴 만도 하지. 매번 힘들다고 그만뒀다가 다시 열심히 배워보겠다고 하기를 진짜 수없이 반복했으니까. 엄마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마음과 다르게 알겠다고!!! 하며 받아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중학생 때쯤 이야기니 그 시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새 우리 집 피아노는 애물단지가 되었고, 몇 년 전 피아노를 팔아 치웠다.


이따금씩 피아노를 치고 싶단 생각을 하고, 쇼핑몰 같은 곳에서 피아노를 보면 괜히 건반을 건드려 보기도 했다.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연주하며 불러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언제나 생각에 머물렀다.


그러다 다시 피아노를  배워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서 피아노 연주로 봉사하고 싶어서다. 지금은 너무나 남루하게도 내가 연주할  있는 찬송가는  백곡 중에   곡이지만. 이런 생각을   교회에 피아노 연주를  봉사자가 갈수록 없어지기 때문. 이사를 가서 혹은 아파서 각자의 이유로 연주자가 떠났고, 이제 우리 교회는 찬송가 MR 켜고 예배를 드린다.  예배를   반복하면서 피아노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했고, 오늘 상담을 받고 왔다. 피아노 앞에 앉는 일이 너무 오랜만의 일인지라 너무 어색했지만 건반을 누르는 느낌이 좋았다. 솔직히 내가 들어도 너무  쳤는데, 선생님이  친다고 해줘서 기분도 좋았다.


다음 주부터 피아노를 배우기로 했다. 원래는 찬송가 연주를 배우는 걸 바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흥미를 붙이는 게 먼저니까 <city of stars>부터 배워 보기로 했다.(이상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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