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일로 시작하고 싶은 이 월요일엔 이제는 글로 나를 돌보아야지
월요일엔 웬만해선 약속을 잡지 않는다. 야근도 하지 않는다. 퇴근을 하면 서둘러 집에 간다. 운동을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그랬다.
월요일에 약속을 잡지 않는 이유는 별 거 없다.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을 외부에서 사람들과 보내면 기가 일주일 내내 피곤한 느낌이 들어서다. 내 일상을 내가 쥐고 있다는 느낌도 희미해지고.
그렇다고 월요일에 집에서 하는 것도 별 거 없다. 저녁을 지어 식사를 하고 영상이나 책을 보고 씻고 내일을 준비하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어 버린다.
그래도 이 월요일의 일상은 내게 꽤나 중요하다. 한 주를 나를 돌보는 일로 시작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오늘도 그랬다. 네시가 넘어 서둘러 퇴근을 하고 차에 몸을 실었다. 보통 이 시간에 퇴근하면 길이 막혀서 한 시간 반 정도는 운전을 해야 집에 도착하는데 웬일인지 오늘은 한 시간 만에 집에 왔다.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준비했다. 엊그제 해먹은 김치전이 또 생각나 김치전을 만들고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미역 누룽지를 데웠다. 식사를 하고 조금 (아니 사실은 많이) 쉬고 싶었는데, 벼르고 벼르던 냉장고 청소를 했다. 3키로가 넘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주방 정리를 하니 뒷 베란다에서 노을이 보였다. 마트에 다녀오고 샤워를 하고, 요가를 하니 아홉 시가 훌쩍 넘었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는데, 시간은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나 보네.
사실 여덟 시가 넘어서부터 너무 졸렸는데, 잘 수가 없었다. 하려고 했던 일이 냉장고 청소 말고 또 있었기 때문.
바로 이 글쓰기. 이놈의 글쓰기는 왜 이렇게 습관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인생이 살 만하면 살 만해서 글 생각이 안 나고, 힘들면 힘들어서 글 생각이 안 난다. 이만하면 글쓰기를 포기하는 게 더 합리적인 것 같긴 한데, 그건 또 싫단 말이지. 그래서 정했다. 월요일에는 무조건 글을 쓰겠다고. 한 줄을 끄적일지라도. 한 편이 다 개소리일지라도 일단은 쓰겠노라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쓴다. 내가 무슨 글을 쓰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염없이 길을 걷다 보면 어디로라도 가게 되는 것처럼 글도 계속 쓰다 보면 어디론가 가있겠지. 그리고 그곳에서 깨닫는 무언가가 있겠지. 아니 없으면 뭐 어때.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는 행위를 하고 싶은 건데.
아무튼 약속을 잡지 않는 이 월요일, 나를 돌보는 일로 시작하고 싶은 이 월요일엔 이제는 글로 나를 돌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