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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Mar 14. 2023

#79. 이제 혼자 여행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함께 느끼며 공유하고 싶어서 함께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싶어서

평소 나는 뭐든 ‘혼자’하는 것에 꽤 자신 있었다. 먼저 혼자 사는 일은 꽤 만족감이 높고 익숙한 일이었다. 대학을 가면서부터 혼자 살았으니 인생의 반 정도를 혼자 살았다. 혼자 살수록 혼자 지내는 것에 만족감은 커져 갔다. 혼자 살면서 혼자 영화를 보러 가거나 혼자 술을 먹는 것도 익숙해졌다. 언젠가 고깃집에서 혼술을 한 적도 있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국내 여행은 종종 혼자 했었고, 몇 해 전 일본도 혼자 다녀온 적이 있으니까. 혼자 여행하는 것도 꽤 즐거워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외롭다.


여행을 한 지 2주 정도 되었을 때다. 멍 때리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이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혼자서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남편 보고 싶다. 모든 것이 익숙한 한국에 가고 싶다. 이런 생각에 빠져 들었다.

기분을 달랠 방법을 잘 모르겠어 숙소를 나가 그냥 걸었다. 저녁 즈음이었다. 바닷가에 석양이 지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아아, 그렇지. 내가 이런 풍경 보려고 여길 온 거였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럼에도 외로움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아니, 그 외로움과 함께 시칠리아를 떠나 피렌체에 갔다.


피렌체에서 야간 투어를 한 날이었다. 지금까지 돌아다닌 곳 중 피렌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풍경을 마주하니 그 옛날의 이야기가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투어를 마치고 혼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 얼른 숙소에 가야지, 지도 앱을 켜고 열심히 걸었다.


금요일 밤이어서 그런지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어디선가 기타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가보았다. 어떤 아저씨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모르는 곡인데 여기 사람들은 다 아는 곡인 것 같았다. 모두가 함께 그 노래를 부르더라.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한참을 그곳에 머무르다 떠났다. 또 걷는데 이번엔 바이올린 연주였다. 가곡 같았는데 역시나 함께 부르더라. 그곳을 또 지나가니 이번엔 아코디언 연주였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건 처음 봤는데 온몸으로 연주를 하더라. 너무 멋있어서 배우고 싶어졌다. 이렇게 멋진 공연을 세 번 연달아 보니 절로 행복해졌다. 함께 즐기는 사람들도 멋있고 부러웠다.

그런데 거기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행복감이 충만해지던 그 순간에 나는 앞으로 혼자서 멀리 떠나는 여행은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해야지 다짐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행복을 함께 느끼며 공유하고 싶어서 함께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싶어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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