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앞으로도 돈 많이 벌어서 나한테 용돈 많이 주면 좋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학창 시절 수학여행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늘 내가 번 돈으로 여행을 떠났다. 내일로 티켓으로 떠난 기차 여행도 친구들과의 여러 여행도 직장인이 되어 떠난 첫여름휴가도 그랬다.
그래서 여행하면 늘 돈 문제가 따라왔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 앞에서도 돈 때문에 주저하기 일쑤였다. 그땐 시간보다 돈이 귀했다. 회사에 시간이 매이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시간이 조금 더 귀해졌다. 그럼에도 여행에는 매번 큰돈이 필요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적금 하나를 깼다. 어떤 목적을 갖고 모은 돈은 아니었지만 여행 때문에 적금을 깨도 되는가, 고민했다. 그렇다고 사람에게도 카드사에도 돈을 빌리고 싶지 않아 결국 깨버렸다.
휴가를 앞두고 핸드폰 알림이 왔다. 엄마가 내게 돈을 입금했다는 은행 알림이었다. 엄마가 실수로 돈을 보냈나 싶어 연락을 하려던 찰나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여행할 때 쓰라고 돈을 좀 보냈다며 잘 다녀오라고, 매일 기도하겠다는 메시지였다.
한 달간 혼자 여행을 갈 거야, 처음 엄마에게 얘기했을 때 엄마는 난색을 표했다. 왜 혼자 가니부터 그럴 거면 내려와서 한 달간 엄마랑 지내지 뭐 하러 가니, 돈이 많이 들지 않니, 남편이 허락을 해주었니까지 내가 듣기 싫은 말만 골라서 했다.
그랬던 엄마가 여행 때 쓰라고 용돈을 주었고, 매일 같이 연락을 한다. 잘 지내고 있는지, 밥은 잘 먹는지, 숙소는 괜찮은지, 지금은 어딘지, 매번 같은 질문을 던지고 나는 매번 다른 사진으로 답을 한다. 엄마는 그제야 내가 혼자 멀리 간 게 대단하다며 본인도 떠나고 싶다 말했다.
얼마 전 통화를 하면서는 엄마가 말했다. 여행하면서 궁상떨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잠은 좋은 데서 자야 해, 먹고 자는 데에 돈 아끼지 말아라. 그리고는 또 내게 돈을 보냈다.
평소 우리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절약을 무슨 걸레 쥐어짜듯이 하고, 아깝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다. 몇 년 전 함께 제주 여행을 갈 때는 집에서 양파와 당근까지 챙겨 온 사람이 우리 엄마다. 그런 사람이 딸내미 여행하라고 큰돈을 두 차례나 보내고, 아끼지 말고 돈을 쓰라고 말을 하다니. 낯설고 의아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의 방식으로 내게 사랑을 표현하고 나의 여행을 응원해 주는 것 같아서.
엄마가 앞으로도 돈 많이 벌어서 나한테 용돈 많이 주면 좋겠다. 엄마가 건강하고 평안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