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 합쳐 총 7벌의 옷으로 한 달 여행을 시작했다.
평소 여행을 갈 때면 옷을 거의 안 챙긴다. 챙겨도 한 벌 정도로 가볍게 가져간다. 한 달 여행 가방을 꾸릴 때 옷이 가장 고민이었다. 배낭 하나 매고 떠날 생각이어서 최소한으로 챙기고 싶은데, 한 달 여행에 어느 정도의 옷이 필요할지 막막했다.
청바지, 바람막이, 저지, 티셔츠 2개, 코끼리 바지, 경량 패딩, 레깅스, 입고 갈 위아래 옷 2벌.
처음에 이렇게 챙겼다. 몇 개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도 그 큰 배낭이 꽉 차버렸다. 짐을 다시 풀고 고민했다.
바람막이, 긴팔 티셔츠, 코끼리 바지, 경랑 패딩. 그리고 입고 갈 반팔 티셔츠와 위아래 추리닝.
위아래 합쳐 총 7벌의 옷으로 한 달 여행을 시작했다. 부족하진 않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필요하면 여행지에서 사자라는 마음으로 걱정을 잠재웠다.
추리닝은 교복처럼 거의 매일 입고 나갔고, 볕이 따뜻한 날에는 살랑 거리는 코끼리 바지를 입고 바닷가를 걸었다. 감기 걸렸을 때, 그리고 비행기에서 목 베개가 필요할 때 경량 패딩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숙소에선 필요에 따라 긴팔과 반팔을 번갈아 입었다.
두 번째로 묵은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곳이었다. 세탁기가 있는 걸 확인하고 예약했는데, 고장 나 있었다. 빨래를 해서 옷을 계속 입을 생각이었는데 아뿔싸. 다행히 다음에 묵은 호텔에서 무료로 세탁이 가능해서 그곳에서 빨래를 했다. 속옷과 양말은 매일 빨아서 사용했다.
3주간 여행을 하며 옷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했다. 다만 예쁘게 차려입은 여행객을 보면 나도 예쁜 옷 좀 챙겨 올 걸 그랬나 싶긴 했지만.
한국에 있는 나의 옷들이 생각났다. 몇 년 전부터 옷에 소비를 많이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옷이 많다. 손이 잘 안 가는 옷이 대부분이다. 버릴까 하다가도 이번 계절에도 안 입으면 그땐 진짜 버려야지 하며 미루다가 계속 갖고 있는 옷들이다. 비우고 또 비워내야겠다. 이 여행에서 옷이 많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