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log #54
1.
누구에게나 인생명언 또는 좌우명 같은 것이
한 두개씩은 존재한다.
사람은 의지와 달리
오류가 많고 허술한 존재이다.
그래서 삶의 목표를 잃고
표류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된다.
그럴 때마다 필요한 것이
명언이나 깨달음을 한문장으로 정리한 문구이다.
그것들을 머리 속에 되새기며
원래 목표한 방향으로 생각을 집중시킨다.
2.
이런 문구의 대부분은
"고전의 위인", "성공한 사회인",
"자신이 인정한 사람"의
말들이 대부분이다.
당연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말을 듣고
따라가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자신이 부정적인 사람이던 긍정적인 사람이던
관계없이 자기만이 인정한 셀럽이 존재하며
그 셀럽의 말을 마음 속에 되세기며
그들이 지나간 흔적을 따라가고자 한다.
3.
그러나
게임에서 나오는 명언을
인생의 지표로 삼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지만
"없는 것도 아니다."
나이가 들어보니
"고전과 철학"또는 "기업가"들의 말보다
게임에서 나온 명언들이 더 와닿는다.
내 삶에서 게임이 큰 의미가 있어서
그랬을까나?
4.
22년전 "데블메이크라이"를
편의점에서 처음 보았다.
그 당시에는 PS2 타이틀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마케팅을 했는데
타이틀을 보고 바로 PS2를 구매했다.
DMC(데블메이크라이의 약자)를 접하며
진정한 남자라면 피가 끓을 수 밖에 없는
게임임을 느꼈다.
시니컬한 유머와 강력한 힘으로
적을 응징하는 주인공 단테.
게임을 하며
능력없는 적보스가 무참히 당하는 것이
불쌍할 정도였다.
인생은 한 번쯤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취향저격"이었다.
5.
그래서 였는지는 몰라도
나의 30대는 하드코어했다.
회사에서도 거래처에서도
"능력없으면 나와 일하지 말라"식으로
일을 했다.
그 당시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나를 "일 중독, 성과주의, 성격파탄자"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건데
DMC의 주인공 단테에 대한 팬덤이
너무 강했던 것이 아니었나 한다.
(핑계다. 당시 내 인성에 하자가 있었을 뿐이다)
...
"무능력"을 가장 싫어했다.
"능력없이 말로 퉁치는" 사람에 대해 적대감이 컸다.
그것이 심지어 "대표"나 "나"일지라도
책임을 지게 했다.
...
"싸이코"
내가 가장 신뢰해서 주군으로 모셨던 대표가
나를 애증하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오죽하면 대표가
나 때문에 혈압약을 먹고 있다고
전체간부 회의에서 말을 했을까나...
그러나, 이런 나를 짜르지 않은 것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회사입장에서
[스팀팩 맞은 싸이코]가 대외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대표는
대외적으로 무례한 싸이코 직원을 탓했지만
대내적으로 싸이코 직원은 대표의 복심(腹心)으로
움직여줄 때도 많았다.
...
회사에는 인성과 실력이 "나보다"
훨씬 훌륭한 개발자들이 많았다.
(당시 우리회사는 개발자 100명이 넘는 상장된 벤쳐였다)
회사에서 나의 용도는
"대표의 불편한 복심(腹心)"이었음을
임원들은 알고 있었다.
6.
40이 넘어가며 성격을 개조했다.
물론 지금도 단테나 크레이토스 같은
캐릭터를 애정하긴 했지만
내 인성이 너무 매말랐음을 깨닫고
"고전과 문학을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나
외부에 보여진 내 모습은
"너그러운 파트너'로 각인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몇 가지
게임명언들이 도움이 되었다.
[게임명언]
"인생이란 복잡하지요. 저도 이렇게 살 줄은 몰랐습니다."
-gta4 (니코 벨릭)
이 명언을 보며 "자기반성"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악은 악일 뿐이다"
- 더 위쳐(게롤트)
이 명언을 보며 "인간관계에서 도리"를 배웠다.
"뭐 어때? 살았으면 좋은 것이지"
- 스프린터셀(샘 피셔)
이 명언을 보며 "삶의 고마움"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전설은 입에서 전해진 허구일 뿐이다"
- 메탈기어 솔리드(솔리드 스네이크)
이 명언을 보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다.
去去去中知 行行行裏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