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생각 #9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을 말하라면 메모라고 말할 것이다
중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이하윤의 메모광이라는 수필을 공부했었다.
그 당시 국어 선생님은
"난 이런 사람 싫어, 너무 광적이잖아?"이라고
작품을 평했는데...
정작 나는 어떤 피끓음을 느꼈다.
특히, 작가가
"목욕할 때 생각난 것을
메모지에 적지 못해 아쉬워한..."
내용을 읽었을 때는 그 고통을 어느 정도 공감했다.
20년 이상 알고 지낸 직장 선후배들이
나를 기억하는 것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셀 수없는 메모"이다.
한 순간에 여러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멀티스레드(multi-thread) 형 사고를 가졌기에
생각을 기록하지 않으면 어떤 생각을
집중해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 때도 있다.
이 성향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
어머니 역시 수많은 노트를 가지고
집 안 대소사, 인간관계, 자산관리를 하셨다.
1년에 평균 3권 이상의 노트를 사용하셨다.
나 또한 어머니와 비슷한 분량의 메모를
수 십 년간 관리하고 있다.
메모는 습관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깝다.
가려우면 참지 못하고 긁어대듯,
머릿속에 생각이 어느 정도 차면
참지 못하고 뱉어내야 한다.
감정과는 무관하다.
그리고 글쓰기와도 결이 다르다.
내게 메모는
생각을 뱉어낸 후,
알맹이를 솎아내는 행위다.
단지, 멀티스레드로 폭주하며
실행되는 생각을 정리할 도구가 필요한 것이고
그 도구가 메모일 뿐이다.
글 일 수도 있고
그림 일 수도 있고
동영상 일 수도 있고
녹음 일 수도 있다.
오늘 하루,
폭주하는 생각들을 뱉어내고 보니
생산적인 것은 1~2개뿐이었다.
메모를 만들고 쌓아 놓다 보면
내 사고방식의 흐름을 알게 되어
생각을 조절할 때 도움이 된다.
요즘은 너무 불필요한
생각들이 난립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