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긍정마
내가 남에게 베푼 공은 마음에 새겨두지 말아야 하고,
내가 남에게 저지른 잘못은 마음에 새겨두어야 한다.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어선 안되고,
남이 내게 끼친 원망은 잊어버려야 한다.
- 채근담
집에서 청소를 마치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따듯한 햇살을 보니 집에 있기 싫었다. 적어도 휴일만은 머리에 가득한 비지니스 생각을 1/2정도 속도로 늦추고 싶었기에 몸을 과하게 움직이며 머리를 적게쓰려 했다. 머리 보다는 "눈으로 몸으로 느끼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생각만 한다고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안될 때는 그냥 놓아두는 것이 좋다.
자주 온다. 그러나 오늘은 책을 보러왔다. 처음 마음가짐은 책만보다가 가겠다고 생각했지만 서울역사박물관의 1층은 언제나 기획전을 한다. 그러므로 매번 들릴 때마다 다른 전시를 하게 되는데, 다른 박물관에 비해 빈도수가 잦다.
대치동이 주제였다. 그래서 관람했다.
관람평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징하다"이다. 우리 때는 강남 8학군이라고 해서 휘문, 서울, 경기고 보내려는 진상어머니들이 저글링 러쉬했었는데 그 분들이 80대로 진입하니, 한층 업그레이드된 급진과격한 학벌신봉론자 어머니들이 애들의 인생을 사교육에 갈아넣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끊어버렸다.
대를 이어 충성하는 듯한 이런 진상퍼레이드는 결국 역사(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평가하는 외신들은 넘쳐난다(그런데 우리집은 830만원보다 더 나가던데? 우리 마눌님은 무슨 생각으로.. 휴~...호갱님이 되시는 지...우리 딸은 공부보다는 즈그 아버지 닮아 락이나 메탈을 시켜야 할 뮤지션의 능력을 타고났건만..).
(*) 중앙에서 이런 기사가 나올 정도면 말할 필요 없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2층 상설장은 책과 앉아서 독서할 자리가 존재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운치도 있고 풍경도 좋고 책을 읽거나 앉아서 밖을 처다보기 좋다. 그 중에서 도록과 서적이 구비된 책장이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
분위기를 잠시 즐긴 후, 바로 오른 쪽의 책을 보니 웹크롤러 책이 있다. "파이썬으로 하는 웹 크롤러?"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예상치 못한 쌩뚱맞은 책을 조금 읽어보고 옆에 있는 북서울 책을 읽었다. 정말 재미있게 잘쓰여져 있었다. 창동, 상계동 북서울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대문 안의 판자촌을 철거하며 신도시 비슷하게 주거민들을 그 쪽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을 처음알았다. 그리고 1980년대말과 90년대 초에 창동, 중계, 상계에서 일어났던 주민들과 건설업자들간의 치열했던 분쟁도 알게되었다.
분명 당시에 해당 사건에 대해서 뉴스나 친구들을 통해 들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기억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기적인 대학생의 삶을 살았었다는 반증같다. 북서울 서적을 다 읽고 다른 책을 뒤져보니 대치동 책도 있다.
그리고 다른 책장을 뒤져보니 블록체인과 해킹책도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담당자 누군가는 IT나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아니면 다방면에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서울역사박물관의 빅픽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시대는 과다몰입을 미덕으로 숭상하므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책을 1시간 좀 넘게 읽고 나오는 길에 바로 옆에 있는 서울입체관(?)을 지나왔다.
장관이다. 무료로 즐기는 독서실로 이만한 곳이 없다.
Youtube music으로 반나절을 들었던 장르가 hiphop이다. 서울역사박물관과 hiphop이 안어울릴 것 같지만 실은 은근 잘 어울린다. 선선해진 저녁날씨에 종로 하늘을 처다볼 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DMX의 곡이다.
다음달이면 "개를 너무 좋아했던 개띠 래퍼 DMX"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된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인생을 너무 헤프게 살다간 친구다. 개를 좋아하는 개띠였던 것까지는 좋은데 개처럼 살지는 말았어야 했다. 불륜으로 낳은 17명의 자식을 둔 개신교 목사가 약물과용으로 사망이라는 타이틀로 인생을 마감했다. JMS에 비할 것은 못되지만 분명 선을 넘어버린 인생이었다.
오늘날씨와 분위기가 그의 노래와 어울린다.
(*) 자켓에서 시티븐 시걸의 모습이 보인다. 이 곡을 OST로 사용했던 영화 Exit wounds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DMX가 갱스터로 나오는 데, 영화가 은근 잘만들어졌었다는 기억이 있다. 좀, 성실하게 살지~시걸형님이나 이 친구나 인생을 너무 생각없이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