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시간에 잠시만난 박물관

일상을리뷰

by Vintage appMaker

외부미팅을 하다보면 오후에 비어있는 시간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때마다 자주 찾는 곳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광화문 교보문고” 근처이다. 갑자기 강의기획 관련 몇가지 이슈가 있어서 원래 약속되었던 미팅을 캔슬시켰다. 원래 있던 미팅은 정기적인 친목을 빙자한 영업미팅이었으므로 상대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은 없었다. 그래서 몇 시간의 일정없는 free time이 생겼다.


이런 것을 보면 연차가 늘어가며 “비지니스 사고방식”이 서로에게 상식이 되어감을 느끼게 된다. 약속을 깨더라도 서로에게 비지니스 예절만 지켜진다면 약속은 유동적으로 조절이 된다.


언제나 가는 그곳을 갔다.


중앙박물관에 올 때마다 반드시 오는 곳이 있다. 2층 불교미술이 있는 곳인데, 이곳에 배치된 작품들만 보면 표현하기 힘든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 특히 작은 빌라 1개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벽화는 언제나 애정하는 장소이자 작품이다.


“노사나불과 대묘상보살”

직접 보기 전에는 이 그림의 대단함을 글로써는 느끼기 힘들다


이 그림의 웅장함을 눈 앞에서 볼 때마다 어떤 전율을 느끼게 된다. 하드코어하지만 보잘 것 없고 불같은 성격으로 살아온 내게 “너님의 어설픔을 가지고 세상에 함부로 불장난하지 말라”는 불가(佛家)의 가르침을 들은 것 같아 겸손해진다.


서화(書畵)관에 갔다.


서화(書畵)라는 단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친숙한 단어이다. 어린시절 집에 있던 수많은 화보와 병풍, 도자기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것들에 “글과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준거집단이었던 인사동 역시 서화가 가득한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인더스트리얼 락과 하드코어 게임을 즐기며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림과 글에는 서화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애매한 이질감을 느낄 때마다 내 인생은 고추장과 간장을 베이스로 만든 수제 햄버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서화를 구경하다가 연암 박지원이 사촌에게 쓴 글을 보았는데, 한자 만으로는 뜻을 모르겠지만 문자가 주는 멋스러움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교육부 정책상, 우리 때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한자수업이 몇 년간 없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이 때에 한자독해능력이 형편없는 학생들이 존재했고 그 중 하나가 나님이였다. 천자문 중, 재대로 알고 있는 한자가 500개도 안될 듯 하다. 다행히 옆에 한글로 해석이 있던데 박지원이 늙어서 친척에게 예를 지키며 디스를 거는 내용이었다.


왜 꺼꾸로 되었지? 돌려놓기 귀찮다.
내가 이해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주위에 16세기의 두루마기 그림 중에는 개 그림도 있었는데 요즘 그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모던한 느낌의 그림이었다. 사람은 개에 대한 감정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특별했던 것 같다. 보고있는 동안에도 마음이 흐뭇해졌다.


닥스훈트 같은데? 16세기에 독일 개 그림?

가끔은 이런 날도 좋은 듯하다


가끔은 이런 날도 괜찮은 듯하다. 여러가지 일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서로가 긴장하며 일정을 조율하다가 “갑자기” 일이 없어진다. 그렇게 비어버린 시간은 “멈춤”의 미학이 있다. 단 몇 시간이지만 시간이 멈추고 도시에서 시골로 공간을 이동한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된다.


멀리서 바라본 박물관의 모습에 도쿄를 박살내는 고질라같은 느낌의 “카카오 브라운”의 웅장함이 보인다. 도대체 너는 왜 거기있는거냐?

카카오가 여기까지 마수를 펼치다니..





오늘따라 이상하게 라흐마니노프의 인생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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