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읽지 못한 책을 읽으려고 정독 도서관에서 갔다. 집에서는 집중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어린시절부터 무엇인가 열심히 읽어야 할 것이 있을 때마다 정독도서관에 갔다. 왠지 경기고의 정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 그곳에 가면 집중이 잘된다. 그렇게 40년 넘게 정독도서관을 이용했다.
단숨에 읽었다. 아니 단숨에 정리했다. 정확히는 예상한대로 읽을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프롬프트를 다루는 법”을 재대로 설명한 서적은 아직 없을 것이다. 생성 ai에 프롬프트를 컨텍스에 대한 정의와 고려조차 하지않은 체 "법칙없는 질문"만 나열했다.
최근의 프롬프트 관련 서적들은 도움이 안된다.
앞으로 3개월 내에 “개발자 시각”의 프롬프트를 체계화 시킨 서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개발자라면 프롬프트가 질문이 아닌 “명령”임을 깨닫았을 것이고 그 명령은 컨텍스트 기반으로 움직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결국 의사코드(pseduo) 형식으로 프롬프트를 만들어야 무결점에 가까운 "원하는 방법"을 얻을 수 있다.
생각이 정리안될 때는 무작정 걸으면 좋다.
이런 생각을 정리한 후, 정독도서관을 나왔다. 아직 날이 밝고 날씨 또한 상쾌했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는 너무 아까운 휴일의 오후이다. 북촌으로 갔다. 수많은 인파를 피해가며 북촌의 언덕과 풍경을 보며 북한대학원과 베트남 대사관을 지나 “삼청공원”에 갔다. 삼청공원은 여전히 한적하다. 서울시내에 이런 공원을 보기 힘들 것 같다. 초입부만 지나도 서울시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새소리와 숲의 풍경이 도시의 냄새에서 벗어나있다.
고민을 한다. “올라가? 말어?” 그러다가 결론은 체력을 아끼자로 결정했다. 잠시 앉아서 삼청공원의 내음을 느끼며 바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한옥집들은 볼 때마다 탐난다. 저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은데 현생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 한옥에 살아본 적이 없다. 어린시절 살았던 집은 근대 일본식 가옥이었다.
조금 내려가다보니 다시 한 번 고민의 장소까지 왔다. 광화문으로 바로 갈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를 거쳐 청운동으로 갈 것인가? 생각해보니 청와대를 가본 적이 없다. 20대 중반까지 청와대 근처에 살았으면서 한 번도 못가보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한 번쯤 가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바로 청와대로 가는 언덕으로 향했다.
무엇인가 신기하다. 아주 가까운 거리였건만 이런 것들이 있었는 지 몰랐다. 그렇게 처다보고 내려오다가 신교동 4거리 근처까지 오면서 “궁정동”이 공원으로 변한 것을 알게되었다. 어렸을 때, 이 근처의 문방구에서 폭음탄을 구매하고 터트리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청와대 앞에서 폭음탄을 터트렸다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그 때는 그렇게 놀아도 잡아가지 않았다. 경호원들이 동네 애들인 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걸어서 신교동, 통인시장을 거쳐 경복궁 역까지 왔다. 동네가 많이 변한 듯 안 변한 듯 낯설다. 이 동네를 떠난 지도 벌써 28년이 되었다. 그리고 20대 중반의 청년 때 떠나서 50대의 중년이 되어 돌아와 동네를 거닐고 있다.
한 참을 걷다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청계천이 보이는 까페에 앉아 생성 ai강의에 쓰일 프롬프트 예제를 정리하고 정의하다보니 밤이 깊어졌다.
가끔 종로가 집처럼 느껴지고 집이 회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종로에서 태어나 종로에서 성장하다보니 이곳이 가장 친숙한 공간이다. 그런 종로도 많이 변했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변했다. 20대의 핫플레이스였던 “연타운”의 위치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흘러가며 기억도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