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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Jun 06. 2023

글은 분신술. 지능화된 인격.

개발자의 생각 #67


다음 내용은 글이 주는 희열과는 무관하다.  글이 주는 기능(메카닉)에 대해 설명하고자 포스팅을 한 것이다.

먼저 두괄식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글은 “우연을 만들고 우연은 방향”을 만든다. 이 말의 의미는 “누군가 읽은 내 글로 인해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를 통해 전문가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써야 할 것과 쓰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   



글을 쓰고 우연을 만나 뱡향을 정하다.


온라인망에 글을 처음으로 연재해본 것이 1993년이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사람들은 하이텔(이전에는 케텔) 유저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하이텔 “소프트웨어 동호회”의 게시판을 자주이용했고 나우누리에서 “파워유저동호회”를 많이 이용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crack” 에 대한 강좌를 시작했다. 돈없는 유저들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한 조작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법을 다루었다.

30년 전 하이텔 게시판 강좌를 쓰고 갈무리해서 프린트한 것. 아직도 가지고 있다.

이런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DOS 운영체제에 대한 이해”, “8086 Assembly 프로그래밍”, “debuger를 이용한 트레이싱 기법(Soft ICE가 절대적이었다)”같은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내용을 90년대 대학에서 가르쳐주는 곳은 지구상에 없었다. 지금이나 그 때나 개발자의 스승은 온라인의 어떤 사람(지금은 유튜버나 블로거)의 강좌 뿐이었다. 나 또한 27년 개발자 인생의 기초를 만들어 준 사람은 실제로 만나 본 사람이 아니었다.  “글”로 만난 여러 사람이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안철수”가 있었다.

안철수가 쓴 책은 모두 구매했으며, 하이텔 강좌 또 빠짐없이 보고 공부했다. 그의 강좌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하이텔에서 그가 쓴 수많은 강좌를 “갈무리”해서 비싼 레이저 프린터를 구매해 제본을 했다. 그리고 30년 넘게 안철수의 TSR(Terminate and stay Resident: 램상주) 강좌를 보관하고 있다(내겐 가보이다). 내 20대때의 영웅은 피터 노튼, 랄프 브라운에디슨 웨슬리라는 출판사였다. 한 때 안철수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95년도 종로 교보문고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하기 전까지 말이다). 오프라인 저자강연에서 무엇인가 실망을 느꼈던 것 같다.

혹시라도 이런 상황은 아니었겠지?


대학을 졸업할 즈음, 온라인 망에 써놓었던 글들이 쌓이게 되고 그런 정보를 원했던 사람들 사이에 갈무리(당시는 공유기능이 없었다)되면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에는 아래아 한글을 만든 한글과 컴퓨터에서도 출판사를 가지고 있었는 데, 그곳에서 책을 내게되었다.

96년 말에 출판에 들어갔던 책. 어린 나이에 세상을 너무 쉽게 이야기 했다.


글에서 반면교사하다


책을 처음 쓸 때는 모른다. 자신의 글이 자신감보다는 자괴감을 가져올 것을 아는 필자는 거의 없다.  책을 2~3권 출판할 때까지도 별관심없이 찍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그런 책들이 쌓여 인터넷 어딘가에 인용되고 공유되며 박제되는 순간 “과거의 오류”를 수정할 수 없음을 깨닫고 좌절하게 된다(내 이름이 들어간 십수권의 책이 사라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은 오류가 많다”, “오류없는 책은 없다”


핑계를 강하게 대자면 대한민국의 맹목적인 팬덤을 자랑하는 “유발 하라리(외모상 큰 형이지만, 나이는 한 참 동생이다)”조차도 사피엔스에 말도 안되는 오류가 20개가 넘었다. 하물 20대에 갓 대학을 졸업한 [똘끼 충만한 인격]에게 나오는 글에는 “검증보다 의지”를 중요시한 내용들이 많았다. 기술서적에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글쓰기였음을 십수년동안 깨달았고 “잊혀질 권리”를 공감하게 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책은 베스트셀러였다. 책은 내용보다는 가쉽거리가 있어야 잘 팔린다는….그리고 유통업체(출판사)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글은 제2의 뇌이자 인격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책 == 글쓰기”로 오해를 한다. 절대로 아니다. 책은 책일 뿐이고 다양한 목적으로 소비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제작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공통분모가 있다. “사고방식”이다.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책에서 제공하는 사고방식을 얻고자 함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독자의 악플은 “니가 전문가라면서 어떻게 그 따위로 생각할 수 있냐?”라는 식일 수 밖에 없다.  결국 필자의 사고방식이 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방식 때문에 사단이 난다.


그래서 글을 쓸 때에는 “나의 사고방식”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 구조적인가? 검증된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감성을 지성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감성은 인격이 아니다. 사고방식이 인격이다


글에서 감성을 만드는 것과 감성을 소비하는 것을 구분하는 순간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가게 빵이 맛있다고 즐겨먹는 것보다는 그것을 마케팅으로 사용해야 진정한 빵집주인이 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런 전제로 감성의 글을 비전문가의 영역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어떤 영역이던 비전문가와 전문가를 구분하는 방법은 “생산물”을 누가 소비하는가? 이다. 그리고 독자가 필자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는 감성이 아닌 “사고방식”인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고방식은 “인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괄식으로 정리를 하고자 한다. ”전문가의 자격으로 컬럼이나 포스팅을 의뢰 받았다면, 글쓰기 스킬이 아닌 [사고방식]의 검증이 우선이다. 이를 요즘용어로 [인사이트]라고 하고 [인사이트]가 구라인지 진실인지는 [전문가]들이 읽으며 판단하게 된다” 그러니 평소에 [올바른 사고방식]을 연마하는 것이 좋다. 글에 사고방식 외의 다른 불순물을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여기서 불순물은 아쉽게도 솔직한 감성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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