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번의 가족 나들이 -일상로그-

일상을리뷰

by Vintage appMaker

6월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2번의 휴일 나들이를 했다. 주위사람들과 비교해볼 때, 내가 너무 가족에 무관심했다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춘기 딸내미의 다크아우라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가성비 좋은 서울시내 투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저번주에는 나의 일상의 동선인 “시청과 정동”, 그리고 서대문과 광화문의 중간인 “서울역사박물관”을 다녀왔다. 딸내미가 그렇게 좋아할 줄 예상 못했다. 단지 부모와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신난다는 것을 보면 “부족한 아빠”였음이 느껴졌다. 많이 미안했지만, 마누라와 내가 자라온 거친 삶을 생각해보면 딸내미의 평범한 “소녀감성”을 받아주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아버지가 자라온 동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설명을 하니, 그 이야기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딸내미를 보며 “누굴닮아 저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녀감성은 내 영혼에서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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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옆에는 애니메이션 "라바"를 퍼블리싱하는 업체가 있다.


이번 주에는 저 번주에 완주하지 못했던 동부전선(인사동, 공예박물관, 정독도서관, 북촌, 청와대)을 사수하고자 마누라와 딸내미를 이끌고 12시 전에 인사동에 도착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인사동에서만 2시간 넘게 시간을 소요했다. 딸내미의 쇼핑본능이 패시브 스킬임을 간과했던 것이다. 인사동 가게를 훑어다니며 원하는 굿즈를 사냥하는 딸내미의 광전사(berserker)같은 행보에 적지않은 금화가 소비되었다. 게임으로 표현하자면 마누라는 딸내미를 멈추기 위한 회유마법 쓰느라 파란약병을 소모하고 나는 열받음에 피가 닳는 듯해서 빨간약병을 소모하는 양상이었다.

그래서일까? 딸내미가 미안했는 지, 쌈짓길에 가자마자 아빠 선물이라며 고양이 마우스 패드를 사주었다. 개인취향 저격을 당했기에 고맙게 받았다.

20230625_220304.jpg 고양이는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든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끼리 재미있게 인사동을 구경했다. 특히 딸내미와 마누라가 갤러리에 들어가 그림보며 감탄하는 모습은 매우 흡족했다. 그러나 “오빠 이거 우리집 거실에 걸어두면 좋겠다. 이거사줘~”라고 말하며 700만원짜리 작품을 가리킬 때는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갤러리 누나는 "기대감"에 웃고, 마누라는 "디스걸며" 웃고, 딸내미는 "소유욕"에 웃고. 나만 얼굴이 굳었다)


정독도서관에 가서 매점(소담정)에 들어가 가족끼리 학식스러운 밥을 시켜놓고 먹었다. 나는 별로 맛이 없다고 말했더니 의외로 딸내미가 맛있다고 난리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실제 음식맛보다는 아빠와 엄마와 같이 먹는 밥이 맛있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느그 아부지가~ 너 나이때는~”을 시전하며 어린시절 이곳에서 먹었던 20원짜리 오뎅국물과 찬밥 섞기 신공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80년대 종로지역의 중고생들에게는 누구나 해보았던 매점추억이었을 것이다.


밥을 먹고나서 휴게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 데, 어떤 중년의 아줌마가 POS기의 케이블을 뽑으려다 내 눈과 마주쳤다(저걸 왜 뽑지?). 그러다가 근처에 남아있는 컨센트에 자신의 충전기를 연결하고 POS 옆에 의자를 놓고 충전하고 있었다. 잠시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중년의 아줌마가 무슨생각으로 저럴까? 고민했는데, 결론은 이상한 아줌마였다. 바로 뒤에 무료 충전기가 5대나 있었기 때문이다.


20230625_165929837.jpg 아줌마는 왜 정독도서관에 들어오신 것일까?

도서관에서 책을 좀 보다가, 딸내미의 감성충만을 위해서 까페로 이동했다. 북촌의 지붕이 보이는 흔한 까페에 들어가서 지붕을 바라보고 있으니 딸내미보다 내가 더 만족스러워했다. 나는 북촌과 서촌(효자동)의 지붕을 보고 자라왔다. 그렇기에 [경기고와 경복고를 대표하는 두 동네]가 지키고자 하는 자부심이 무엇인지도 안다. 그래서 북촌에 오면 지붕을 멍하니 바라볼 때가 많다.

20230625_183156525.jpg 만년필 그림의 매력은 원샷원킬이다. 지움 따위는 없다. 실수를 해도 무조건 돌파해야 한다.


카페에서 그림그리고 이야기를 하고 놀다가 밥을 먹으러 나왔는데, 마누라가 허기가 졌는지 힘들어한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50줄을 넘어선 시점부터 괴상한 습관이 생겼는데, 갑자기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힘이 빠지는 현상이다. 주위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늙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때는 당을 섭취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 소리를 들었던 순간, “내가 뭔 할배도 아니고...”라는 말을 했었는데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모두가 비슷한 영양장애가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종종 급하게 체력이 떨어지면 에너지 바 같은 것을 먹을 때도 있다. 마누라의 당저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20년전 마누라와 자주가던 인사동 항아리 수제비 집에 갔다. 주인도 바뀌었고 내부 인테리어도 바뀌고 심지어 손님도 2/3이 외국인이지만 맛은 비슷했다. 여기서도 딸내미에게 엄마, 아빠의 추억을 이야기 해주니 신나했다.


QniPaint_2.1.4(72)_1687690225255__attrs_T00_P00_C00_MA1_S00_ISO(7f7f7f7f7f).jpg 인사동의 인테리어는 한지에 글, 그림이 많다. 그리고 이전보다는 적어진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딸내미의 쇼핑본능을 해소하고자 여기저기 더 돌아다녔다. 그리고 저녁이 된 인사동의 하늘을 보며 마누라와 내가 연예를 했던 20년 전의 추억을 생각했다. 울 마누라도 그 때는 토끼처럼 이쁘고 매력적인 친구였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height는 그대로고 width는 X 1.5 크기로 성장했다. [여자의 체지방은 남자의 경제력과 반비례]함을 알기에 모든 것이 내 잘못임을 반성한다. 마누라의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겠다. 요즘은 딸내미가 마누라의 몸무게를 저격한다. 그럴 때마다 미안하다. 원래는 저렇지 않았는데라는 말을 딸내미에게 해주어도 다크아우라 충만한 딸내미는 이 때다 싶어 공격의 수위를 높인다. 그 옆에서 나는 아무말 못하고 바라만 볼 뿐이다(속으로는 거봐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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