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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Aug 28. 2023

제안메일(콜드메일)은 경력의 분기점

개발자의 생각 #78

인터넷을 뒤져보다보면 이상하게 “콜드메일을 쓰는 법”만 나와있지 “콜드메일을 거르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왜 그럴까? 마케터 입장에서 쓴 글만 가득하고 정작 콜드메일을 많이 받아본 사람의 입장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것은 그들의 포스팅이 현실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지난 30년간 300통 정도의 콜드메일을 받아본 경험으로 포스팅을 작성해보기로 했다.


콜드메일이란


인터넷이 없으면 세상이 멈추었다고 소란을 피우고 메일주소가 ID card 처럼 중요하게 된 세상에서 콜드메일은 왠만하면 받게된다. 자신이 잘났다고 받는 것도 아니고 못났다고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나에 대한 정보를 분석 후 올 때도 있고 무작위로 보낸 것을 받는 경우도 있다.

콜드메일은 비지니스를 근간으로 보내게 된다. 고객 확보차원에서 보내기도 하지만 “협업”을 위해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고객확보차원에서 보내는 메일은 “스팸”과 구분하기도 힘들고 수신자가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반면 “비지니스 협업”의 경우, 공동의 이익을 고민하게 되므로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만 “콜드메일”은 “커리어”의 분기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콜드메일이 주는 나비효과


(1)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콜드메일은 받게된다. 내가 처음으로 콜드메일을 받아본 것은 1995년도(대학생) 였다. PC통신 프로그래밍 동호회(하이텔 소프트웨어 동호회)에서 리버스 엔지니어링과 8086 어셈블리 강좌를 연재하다가 한 통의 메일(당시는 지금같은 인터넷 메일이 아니었음)을 받았고 그 때 처음 “출판기획사”라는 존재를 알게되었다. 그 때, “아무 생각없이(술에 쩔어살다보니)” 응대해서 책을 냈고 그 책으로 말미암아 다른 콜드메일(대형출판사 섭외,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컨설팅, 대학강연, 등등)을 꾸준히 받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커리어의 한 부분이 “십수권의 출판”이 되어버렸다. 단지 “콜드메일”을 응대했기 때문이었다.


(2) 콜드메일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이어진다. 단지 성향이 달라졌는 데, “내가 다니는 회사의 역량을 분석하고 담당자를 서칭한 후 온 메일”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비지니스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바로 “당신의 시간을 얼마만큼 빌려주면 우리는 보상을 하겠다”식이었다. 업무가 끝난 후, 사적인 미팅을 가지고 거기에 대한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디폴트였지만 그들의 최종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다. “기술에 대한 정보공유”였으며 더 나아가서는 “HR”차원의 섭외였다.  이런 메일을 잘 선택하면 인적네트웍이 한 순간에 좋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좋은회사로 이직하여 여러가지 해택을 받을 수 있다. 나같은 경우는 아쉽게도 “꼴통기질”이 강했던 지라 “형제애”를 강조하며 제안을 거부한 적이 몇 번 있다. 평소 말하는 것과 달리 역사와 전통, 조직의 룰, 동료애 등등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3) 콜드메일은 퇴사 후, 1인기업이 될 때 중요한 영업루트가 된다. 회사를 퇴사하고 내 일을 시작하게 되니 그동안 살아온 업력으로 인해 여러루트를 통해 콜드메일을 수신받게 되는 데, 그 메일을 어떻게 응대하는 가에 따라 “비지니스 모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은 회사생활에서 알게된 인력의 다른 지인들을 통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App 개발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보니 “해외에서 받는 콜드메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주로 유저 피드백이었지만 그 중에는 비지니스적인 내용도 있었다. 주로 유튜버들이었는 데, 생각나는 사람은 인도 판자이 지방의 180만 구독자를 확보한 IT 유튜버였다. 그 사람이 App을 리뷰해주었는 데, 별다른 이익은 없었지만 홍보에는 나름 가치가 있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도메인에서 콜드메일을 받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곳이 “강의” 분야였다. 2015년 당시 상당히 특이한 콜드메일을 받고 고개를 꺄우뚱 했었다. 그리고 그 때 받았던 메일의 정보를 가지고 성분조사를 했는데, 후배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 때 후배가 했던 말이 있다. “형, 애네들 유니콘이야. VC쪽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 하는 플랫폼이야…”라는 조언을 듣고 7명이었던 회사의 제안을 흔쾌히 받고 강의를 시작했다. 지금 그 회사는 매출 200억이 넘는 강의 플랫폼으로써는 거대회사가 되었고 나는 그 회사와 5년간 강의를 같이 했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했던 이력이 검색노출 되면서 또다른 콜드메일을 받기 시작했다. 주로 기관쪽의 컨설팅 및 심사역에 대한 의뢰였으며 그 또한 흔쾌히 응대해서 4년간 컨설팅 업무를 했었다.


이처럼 콜드메일은 내가 노력해서 두들기는 기회”가 아니라 “나에게 다가 오는 기회를 선택”하는 매력적인 방법 중에 하나이다. 그러므로 콜드메일을 독해하는 방법을 안다면 은근 “커리어”를 급성장하게 만들 수 있다.


콜드메일의 기본구조


콜드메일은 모르는 사람에게 받는 메일이다. 다음과 같은 항목이 없다면 수신자에게 버림받을 경우가 많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메일을 읽어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제: 놀랍게도 주제를 파악할 수 없게 쓴 메일도 많다. 서로에게 시간낭비다.

개인정보 공개: 송신자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Bot인지 대행사인지 성분검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익에 대한 제안: 이익을 제안하지 않는 황당한 메일도 많다. 힘들게 왜 보냈는 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장황한 데이터만 열거하고 수신자의 이익을 이야기 하지 않는 메일이 있는데, 이 때에는 반드시 걸러야 한다. 그들이 글을 못써서가 아니라 내게 이익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호감: 송신자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응대하지 않는다. 각자의 시간이 바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가치: 제안하는 측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인 줄 알고 함부로 응대를 하겠는가? 검증가능한 인터넷 기사나 마켓, 또는 홈페이지 정도는 링크해야한다.

일정: 언제까지에 대한 일정을 알려주지 않는 메일은 응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누구나 시간은 소중하다.

간결성: 긴 메일을 읽지않는다. 어떻게던 list화 해서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첨부 파일: 일단 첨부파일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아마추어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첨부파일을 보내며 읽어보라고 하는가? 차라리 웹링크를 보내야 한다. 단, 그 링크조차 "다운로드"가 되는 것이라면 믿고 거를 수 밖에 없다. 첨부파일은 해킹에 대한 위험요소가 있기에 모르는 사람에게 비지니스 메일을 보내게 되면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저런 요소를 갖추고 있더라도 콜드메일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핵심은 "의도"이다. 국내 꽤 유명한 경제지에서는 "앱개발자"들에게 "심쿵"하는 콜드메일을 종종 보낸다.  당신의 앱이 시장성 OOO로 어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됬다. 그에 대한 인터뷰를 하겠다는 내용인데, 자세히 읽다보면 끝에 지면광고비가 설명되어 있다. 잘못보면 "앱에 대한 인터뷰요청"이지만 자세히 보면 "앱을 광고하라는 마케팅" 메일이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딱지"를 주고 그걸 소비하게 하려는 사업이 많다. 브런치라고 예외는 아니다.


콜드메일 활성화


콜드메일을 자주 받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가치있는 글”을 꾸준히 publishing 하는 것이다.
그 가치의 척도는 “나의 주관”이 아니라 “시장”이 공감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미니멈 300통 이상을 다양한 언어(앱에 대한 의뢰는 외국어가 대부분이다. 구글번역까지 돌려가며 읽어본다.) 받다보니 콜드메일에 대한 독법을 알게 되었다. "비지니스 예의"를 지킨 문서인가? "의도는 무엇인가?", "내가 응대하는 시간과 이익관계는 어떻게 되는가?"를 체화하며 살다보면 실보다 득이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콜드메일을 자주 받다보면 때에 따라 잠시나마 웃을 수도 있다. 수 년 전 퍼블리싱한 어떤 앱을 보고 미국에 거주하는 누군가가 레쥬(이력서)를 보냈는데, 내용이 "너의 앱과 함께 로켓을 타고 싶다"였다. 링크드인을 따라서 들어가보니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했고 구글에서 일한 인재였다. 그것을 보며 "겉보기와 달리 똘똘하지 못한 사람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 친구는 내가 응대하지 않것을 고마워 해야 한다. 만약 응대했다면 시간낭비는 물론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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