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리뷰
몇년 전부터 "업무상 마의구간"이 존재하기 시작했다.
8월부터 10월말까지인데 이 구간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 해의 프로젝트를 망친 경우가 종종 있었다. 1인사업자의 경우, 프로젝트를 망쳤다는 것은 수익과 생존에도 연관되기 때문에 망치면 안된다. 그래서 몇 번의 고통을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8월과 10월 사이에 문제가 무엇이었을까라는 분석을 하게되었고 결론은 그 기간에 "정성적 사고방식"이 극대화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의 변화가 발생하고 그로인해 이전과 다른 행동양식을 가지게 되었는 데 그것이 바로 "정성적 사고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숫자보다 "부정확한 데이터"와 "의지"에 집착할 때가 있다. 문제는 이럴 때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8월부터 10월까지 월별 메모(메모는 펜과 종이로 하지만 정리는 Notion이다)를 정리할 때마다 내게 어떤 정성적 사고방식이 발생했는 지에 대해서 주의깊게 읽게된다. 다행히 올해는 8월2일날 강의와 프로젝트를 종료했고 휴식의 기간이 있었다. 그렇기에 정성적 사고방식으로 일한 업무장애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예상대로 정성적 사고방식의 파생물인 "감성"영역의 메모가 45개 정도 작성되었음을 알게되었다. 평균 1달에 10개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드디어 시작이구나"라는 판단을 하게 되는 데이터였다.
강의가 끝나는 날, 쿠키는 우리집에 왔다. 그리고 2주간 내 품에서 먹고자고를 했다. 사춘기 딸내미는 쿠키를 이뻐만 했을 뿐 키우는 것에는 무책임했지만 나는 달랐다. 쿠키의 눈빛을 보며 Needs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응대(먹여주고, 놀아주고, 산책해주고, 치워주고,...)를 했다. 그리고 2주가 지난 후 쿠키는 떠났고 마음은 허전했다. 가끔 쿠키의 안부를 묻지만 알 길이 없다. 주인이 사진 한 장 보내주지 않는다. 이래서 나이들어 함부로 정주면 안된다는 것 같다. 호르몬의 분비의 변화로 인한 감정조절이 힘들어지게 된다. 어린시절 버려진 나무와 돌 모으는 취미(수석)를 가진 아저씨들보고 "미친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해외에서 살다가 6년만에 들어온 유튜버의 내용을 보다가 그 사람이 한 말이 인상에 남았다. "6년전에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엄청 민감해져있어! 뭐하나 실수를 하면 죽일 듯이 비난하고 가만놔두지를 않아, 왜 이렇게 된거야?"였다.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2016년 이후에 발생한 부동산 과열조짐부터 "한탕주의"를 "능력"으로 둔갑시킨 수많은 셀럽들의 호객행위로 인해 사회가 미쳐가고 있었다. 벼락거지, 경제적 자유, 등등의 다양한 신조어가 나왔지만 핵심은 "욕망"과 남에게 질 수 없다는 "강박증"같은 것이었다. 무엇이 되었던 "가진 자"들의 사고방식은 아니었다. 없는 자들의 "불안과 욕망"을 부추긴 자들이 이 사회를 망가트렸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다보니 "배려와 용서"는 바보같은 짓이 되어버렸다. 자화자찬? 타인에 대한 비하? 이런 것들이 판치는 곳에는 "국뽕"과 "자뻑"이 넘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국뽕에 미쳐있는 동안, 세계사람들은 대한민국은 자살을 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비교하는 문화가 심하다보니 10년간 출산율은 세계사에 남을 정도의 엽기적인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뉴스나 SNS를 보기 힘들어지는 것이 "상식을 초월한 내용"들이 가득해서이다. 문제는 "공인되고 검증되었다는 집단"들의 행동을 보고 "갱스터랩"이 자동으로 나오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내가 원래 그렇게 정의로웠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분노하는 것을 보면 "정의"차원이 아닌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너무 많은 황당함이 나오다보니 왠만해서는 "자극"을 받지도 않는다. 그것이 제일 심각한 문제같다.
그러나 이럴수록 "내가 할 일"에 대해 소홀하면 안된다. 남들이 책임질 것을 못진다고 내가 책임질 것을 못지는 것이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1인사업자는 "생존"해야 한다. 그러자면 "생존방법"을 다각화 해야 하는 데, 정부와 세상을 욕할 수 밖에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해결방법은 아니다. 욕먹을 사람들은 내가 아니더라도 남에게 죽도록 먹을 것이니 관심을 끄는 것이 좋다. 나는 남들이 욕할 동안 뒤에서 탱커처럼 버프만 넣어주면 된다. 그리고 내 본질인 생존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1주일에 박물관을 몇 번 다녀올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는 데 적어도 1번 많게는 3번 정도로 판단된다. 박물관만큼 가성비가 좋은 곳이 없다. 일단 무료가 대부분이고 볼 것, 쉴 것, 심지어 구매할 것도 있다. 그러다보니 머리 속에 어떤 주제를 가지고 천천히 걷다보면 "그림"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 그 때 가까운 앉을 수 있는 곳에 가서 메모를 하게되면 상당히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박물관을 애용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은 폭염의 날씨라면 박물관보다 좋은 곳을 찾기 힘들다.
늑대인간도 아니고 9월과 10월이 되면 완전히 다른 성향의 사람이 된다. 핌프락, 하드코어, 뉴메탈, 힙합이 지배했던 영혼에서 KBS 제1라디오를 하루종일 듣고 일하는 다른 영혼으로 변한다. 이 때만은 아버지와 누나같이 클래식과 모던재즈, 깐소네, 파두 같은 장르에 심취한다. 그리고 광화문 SFC 근처의 까페에서 청계천을 바라보며 노트북에서 개발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비지니스 영업차원에서도 유리하다). 그 때가 되면 업무의 장소는 "북촌"과 "광화문"이 되어버린다. 초가을과 가을로 이어지는 광화문과 북촌의 모습은 현대적인 것과 "고풍"을 동시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곳이 나의 고향이자 세상에 처음 나온 곳(광화문)이기에 마음 속 깊은 곳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10월이 되면 북촌의 낙엽을 넉놓고 바라보는 횟수도 많아질 것이다. 특히 이전풍문여고(지금은 공예미술관) 앞에 새로생긴 공원의 "가을꽃"이 기대된다.
...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10월부터 프로젝트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머리 속을 프로젝트로 채워야 하건만
10월의 감성을 이겨낼 자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