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긍정마
인간의 행동은 인간의 사고를 가장 잘 보여준다. – 존 로크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업무를 위한 PC 전용 메신저
과거에는 프로젝트 진행 업체에 따라 MSN, 또는 사내메신저를 따로 설치하게 했다.
(1) 강제로 설치하게 했다.
(2) 많이 불편했다.
(3) 결국은 사라졌다.
그러다 어느순간 네이트온으로 세상이 평정되는 가 싶더니
이제는 카카오톡이 세상을 지배했다.
IT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타업종보다 3배이상 빠른 타임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쟁이 심하고 시장의 권력자들은 후발주자들에게 먹혀가며 빠르게 사라져갔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20년 전에는 업무에 가장 많이 사용한 메신저가 MSN이었다.
그 당시 업무메신저에서도 예의가 있었는데, [소속]을 밝히는 이니셜을 넣고 대화에 참여해야 했었다.
그러나 나의 20~30대는 기존프레임을 지키기보다는 깨는 삶을 살아왔기에 조직보다는 개인을 부각시키는 이니셜을 애용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에는 업무 메신저의 이니셜은 조직 내에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정도 조직의 룰을 지키며 이니셜을 사용하기를 강요받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나같은 경우는 S 그룹의 인트라넷인 “Single”에서 조차 버그를 이용하여 데이터베이스를 조작한 후, 소속그룹을 바꾸었었다.
그 일로 우리 팀장(193cm)님이 연구소장에게 호출을 당했고 나 또한 인사불이익(감사실 경고메일)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업의 목적", "관리의 OO"을 외치던 시기였더라도 세상의 종말이 조만간 올 것이라 들떠있던 1999년이었기에 그룹사 내에서도 나같은 똘기넘치는 젊은 사우들이 적지않게 있었다(세상이 망하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자). 어느 덧 그룹사 Y2K 대책반으로 끌려가 명동 롯데호텔 건너편에서 21세기를 맞이했던 순간이 벌써 23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당시에 사용했던 업무메신저는 Single에 포함된 쪽지기능이었다. 많이 허접했다. 지금도 훈민정음과 Single에 대한 이야기만하면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기업들의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 따위였으니 이모양이 되었다는 캐캐묵은 잔소리만 나올 뿐이다.
21세기가 들어오면서 “대벤쳐의 시대”가 오고 모두가 대기업을 퇴사하는 분위기였다.
마치 최근에 광적으로 불었던 “벼락거지”같은 심리였는데, 젊은직원일 수록 더 빨리 벤처로 이직하고 싶어했다.
바로 대박나는 스톡옵션 때문이었다.
당시 분위기가 벤쳐창업 후 “닷컴”만 붙이고 2년만 지나면 "수백억을 투자받았다네~ 아니네~"라는 말들이 난무할 때였다. 바로 역사책에서 배울 수 있는 “닷컴버블”시대였다.
그 당시 벤쳐에서 사용했던 메신저는 MSN이였다. 그렇다보니 해외 파트너들과도 MSN으로 협업하는 경우가 많았는 데, “업무”를 할 때마다 이니셜을 바꾸고 대화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속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컨퍼런스 콜은 왠만하면 하지 않았다. 시차문제도 있었지만 실시간 Talking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내가 대외적으로 사용했던 이니셜은 소속회사가 아니라 [ASSERT(m_pThink);]였다.
처음보는 사람들은 많이 당황했지만 [해외 개발자들은 내 성격을 바로 알아차렸다].
ASSERT는 Visual C++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증함수이다. 그리고 m_p 접두어는 관용적으로 멤버필드라고 불리는 “중요성향”을 뜻하기도 하다. 그 다음에 Think는 카멜표기법으로 그 성향이 “생각”임을 나타낸다.
결국 재대로 배운 개발자라면 “생각없이 말하는 것을 검증한다”라는 뜻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MSN으로 대화시 [근거없이 주장에는 단호]하게 말하더라도 이니셜을 보고 "저 개발자 성향이 이렇다는 군"으로 이해했던 개발자들이 많았다.
근거없이 정성적 판단(감정, 의지, 호불호, 등등)으로 하는 대화를 싫어한다.
욕망과 감정을 숨기면서 논리인 척 하는 대화는 런타임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 논리를 주장하며 상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도 싫어하고 무작정 들어주는 것도 싫어한다.
결국 가치가 없다면 대화를 하지 않는 타입이 되어갔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과 말섞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기도 하다.
여하튼, 2000년대 초에 MSN의 이니셜을 보고 누군가 말을 한 적이 있다.
저걸 사람이 읽으라고 쓴 이니셜이에요?
그럼요, 저건 개는 읽지 못해요.. 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나의 친근한 북유럽식 유머코드를 극동아시아의 투박한 디자이너는 공격으로 받아들였다(원래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친해지기 힘들다).
여하튼, 이니셜을 거의 바꾸지 않는 타입이었다. 결과적으로 세팅한 것을 몇 년동안 수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