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log 118
1.
야간에 산기슭을 지나며 서울을 바라보면 낮에는 720P로 보이던 모습들이 밤에는 360P로 보인다.
노화로 인한 야간시각능력 장애가 원인이지만 대충보이는 건물과 길가의 layout을 보며 서울이라는 도시가 “영혼없이 성장하고 있다” 라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디테일에 악마가 있듯, 가까이서는 안보이지만 멀리서 대충보면 서울의 거대한 욕망들이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볼 수 있다.
2.
날씨는 가을을 삭제했다. 가을이 없는 2023년. 그래도 얻은 것은 많았다. 사고의 전환, 성장이라는 단어에 긍정적으로 자문자답이 가능한 한 해였다. 아쉽지만 삶을 감사하며 잊혀진 가을을 뒤로하고 겨울을 맞이해야 겠다.
3.
열정의 시간은 사라지고 냉정의 시간은 다가왔다. 책상에 가득했던 아날로그 Goods를 정리하고 SpaceDesk로 네트워크 모니터까지 설치해서 노트북에 총 3대의 모니터를 세팅했다. 교안과 소스코드와 메신저를 각 모니터에 세팅하니 Zoom으로 강의를 할 때도 흔들림없이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한 껏 기대했던 가을의 성격변화는 맞이하지 못했지만 반면 정량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어 나름 업무를 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특히 나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샘 알트만께서 1주일간 난리부르스를 펴주셔서 재미있게 살았다.
4.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왓콤 태블릿을 구매했다. 그리고 ExcaliDraw로 그림을 그리면서 강의나 Tutorial용으로 클립아트를 정리했다. 정성적 컨텐츠가 아닌 정량적 컨텐츠에 정신줄을 놓고 있는 것을 보니 이젠 재대로 돌아온 듯하다. Watcom 구매기념으로 당분간 윈도우의 FreshPaint로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가을을 잃어버렸지만
정신을 바로 찾았다
이젠 업무에 집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