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log #121
1.
연말이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아직 연초 목표대로
만족스럽게 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12월을 표시하고 있다.
2.
주말에 아버지 댁에 가서 담소를 나누었다.
84세 아버지께서 내게 3개를 물어보았다.
(1) 샘알트만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니?
(2) 대한민국 저출산을 어떻게 생각하니?
(3) 10만원대 N100PC를 어떻게 생각하니?
다른 집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아버지와 나의 대화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누구에게 가르치는 것을 싫어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원포인트 레슨을
하는 것이 우리집 스타일이다.
”스승은 자신이고
타인은 대화로
도와줄 뿐이다.”
이것이 우리집 룰이었다.
3.
(1)의 경우, 아버지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다.
1980년부터 주식투자를 하신 분이라
세계정세에 본능적으로 반응하신다.
그래서 샘알트만의 투자성향과
OpneAI의 조직성향을
설명드리고 내 의견인
“즈그들도 뭔일인지 모를거에요…”
라고 말씀드렸다.
(2)의 경우, 일본보다 우리가
더 암울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개네들은 준기축통화인 엔화와
튼튼한 내수가 존재하고
심지어 공격적인 이민정책이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고
심지어 왜 필요한지도 모르고
”외국인 포비아”가 과거 일본만큼 강한 사회
라는 말을 했다.
(3)의 경우, 잔소리만 했다.
“아버지 더 이상 사지마세요..
집에 있는 애플제품만 몇 개인데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PC까지 구매하려고 하세요?”
4.
우리 딸에게도
나는 가르쳐 본 적이 없다.
전달할 것(지식, 경험, ...)이 있으면
일단 물어본다.
그러면 딸이 내게 설명을 해준다.
가끔 딸에게
잘못된 프롬프트를 던지고
딸내미는 그에 걸맞는
할루시네이션같은 논리로
설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이 내게 생성AI가 낯설지 않는 이유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
딸과 나는 강화학습을 해가고 있다.
(딸내미도 개발자를 시켜야 할 지 모르겠다)
가끔 가족 외의 사람들이
“주입된 남의 생각으로
생각없이 가르치려 들 때마다”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이유는 내가 주입식 사고방식으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반백년동안 한국에서 인간관계가 편하지는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