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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Dec 11. 2023

12월의 메모에서

일상을리뷰

어느덧 연말이 되었고 올해의 마지막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메모에 쓰여진 글과 그림을 보면 생각은 언제나 비슷한 루틴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가 흐려졌다


볼펜노트를 vFlat으로 스캔한 메모(좌)와 Sketches 앱을 사용한 메모(우)


어느순간부터 메모지와 핸드폰 드로잉 앱간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연초에는 계획과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이 많다보니 계획이 디테일 해질 수록 필기앱을 선호하는 반면, 목표를 정할 때에는 붓글씨를 쓰는 마음으로 메모지에 목표를 적는다. 그러다가 3~4월은 공문서 쓰듯 노션과 구글독스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게 되고 5월에서 11월까지는 아날로그 메모가 가득해진다. 그러다 연말이 되면 또다시 메모지와 메모앱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메모(글)의 매력은 생각을 그리는 것

ExCalidraw(화이트보드), vFlat(볼펜메모 스캔), sketches(드로잉 툴)

사람마다 문자를 쓰는 목적이 다르다. 누구는 글의 문장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며 기뻐하기도 하지만, 반면 머릿 속 사고방식의 실타래를 풀어가며 공식을 만들어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문제가 주어지고 그 해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깨달음”과 “배움”이 느껴질 때의 희열을 즐긴다. 아직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생각을 메모로 설계 및 검증하는 습관 덕분이다.


내게 문자의 활용목적은 “생각의 정리”이다. 감정해소는 관심분야가 아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회사생활에서 적대관계에 있던 사람들과도 업무상 콜라보가 어렵지 않았다. 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결과를 위해 감정따윈 무시하는 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지금도 비지니스 관계의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컨설팅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생각을 듣고 다양한 방법론으로 풀어나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고 나에게는 사고방식을 체화하며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라 서로 손해볼 것이 없다.


공감의 포인트가 같지않다

vFlat, vFlat, Sketches

감성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다만 느끼는 대상과 방법이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세대의 적지않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코드로 공감하기를 강요한다. 며칠 전 학교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의 아저씨”와 같은 감성이라는 표현을 들었다. 그래서 그게 뭐지?라고 물었더니 “선배님은 T 성향이 있어요, 어떻게 그런 감성을 모를 수가 있어요?”라고 했다.


언제부터 이 나라에서는 심리학자들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라고 말했음에도 맹목적 지지를 받고 있는 4자리 알파벳 구분법이 국룰이 되어버렸다. 인간에 대해 편견을 즐기는 문화일 수록 이런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혈핵형과 4자리 알파벳 구분법에 과몰입하는 것이라고 본다.


모두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드는 감성코드를 좋아할 수 없다.


특히 멜로라면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가끔 이런 성향에 딸내미도 “아빠는 극강의 T야?”라는 말을 던진다.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대충 의도가 느껴졌다.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

생각해보니 코로나는 나만 안걸렸다. 이유가 뭘까? 그리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구분점은 무엇일까?
운칠기삼이라는 말은  인생에 고마움을 알라는 말이다. 마이클 샌들의 "공평하다는 착각"에도 언급되었지만 자신의 능력이 보상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한글이라도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다른 가치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예술”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영혼의 고백”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정량화된 생각의 설계도”가 된다. 감성의 코드도 누군가에게는 영혼을 적시는 촉촉한 무엇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참기름 가득한 거북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의 감성코드를  공감하라고 강요하는 것 만큼 불편하고 무뢰한 것은 없다.


去去去中知 行行行裏覺
가고가고 가다보면 알게 되고
하다하다 하다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다.


(*) 나의 감성코드는 80년대 청소년기에 VHS 비디오를 많이 섭취한 덕분에 북유럽 캘트족의 신화처럼 처절하고 미국 부두교(뉴올리언스)의 오컬트적인 유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감성코드를 남에게 공감하라고  요구해 본 적은 없다. 극동아시아의 지리적 위치상 공감할 수 있는 현자들은 많지않기 때문이다.


Ash가 주인공인 시리즈를 포켓몬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블데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가 나님이다.
다윈과 포켓몬도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 동영상에서도 Evil Dead의 Ash가 0.5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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