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log #144
1.
폭염은 사람을
비이성적으로 만든다.
몇 달간 이어진 폭염으로 인해
일상의 모습에서
신기루 같은
기이함을 느끼곤 한다.
2.
어린시절 VHS로 빌려 본
천조국 B급 슬래셔 무비의 배경은
남부의 습한 무더위가 기본이었다.
텍사스는 전기톱,
사막은 불가사리,
통나무 집에는 고대마녀(이블데드),
늪지 속에는 하키마스크(Jason),
토네이도 속에는 상어(=샤크네이도)
와 같은 B급 명작들에는
언제나 빠짐없이
지독한 무더위가 있었다.
3.
오늘도
길을 걷다가
무더위에 녹아내린 뇌로 인해
내가 있는 곳이
서울이 아니라 천조국 남부의
육가공 공장으로 유명한
어느 소도시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4.
이런 날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로
슬립낫의 음악을 들으면
어울리지만,
너무 비주얼이 Evil하므로
그들을 패러디한 곡을 찾아보았다.
날씨가 정말 징글징글하게 덥다.
그러나
세상의 이슈들은
날씨보다
더 징글징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