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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Jul 31. 2024

디지털 치매

digilog #143


드로잉 툴: Sketches - Android


일상에서 디지털치매


최근 몇년 간, 아버지와 대화를  하다보면 “너 왜 그런 것도 기억못하냐?”라는 질문을 받곤 했다. 80대 중반의 노인보다 50대 중년의 기억이 허접한 이유는 “디지털 장비”에 친숙해지다보니 “불필요한” 기억은 “데이터”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화번호 또는 TODO와 Schedule은 클라우드 기반의 SaaS 서비스를 이용한 지 십수년은 되었기에 아버지를 포함한 지인들과의 약속도 핸드폰이나 PC가 없으면 확인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종종 몇 마디 씩 하곤 했다. “나이가 들 수록  머리를 써야 해, 아무리 전자장비가 좋아진다고 한 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머리를 쓰는 것이 좋다”


이런 기억력 장애현상을 요즘 용어로 “디지털 치매”라고 불린다.


오픈AI의 미래가 밝아보이지 않는다. 티매프 사태가 여기도 벌어질 듯하다.

십수년전의 오픈소스 혁명과 스마트폰의 창궐로 인해 “전세계 인간의 두뇌”는 빠른  속도로 퇴보한 것이 사실이다.  기억력이 급격히 저하(숫자 못외움)되었고 집중력(단문읽기)은 형편 없어졌으며 맥락을 분석하는 능력은 포기상태(문해력 저하)가  되었다.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인간의 능력은 빠르게 퇴화가 되었다.


개발에서 기억력


28년 개발자로 살면서 최근 십수년동안 개발했던 환경을 생각하면 머리 속이 깨끗하지 못하다.  특히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에서 갑자기 막힐 때가 많은 데, 이럴 때마다 구글링을 하거나 ide의 자동완성기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전세계 개발자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비개발자들은 개발자가 자신의 코드를 머리 속에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아니다.  복잡한 보일러 플레이트(템플릿 코드)는 개발툴에서 자동으로 터치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코드를 외우는 개발자는 변태에 가깝다.

누가 HTML "따위"를 모두 타이핑 치는가? 그런 자가 있다면 화성에서 침공한 외계 생명체일 것이다.


반면 20년전 개발환경이었던  C/C++, Pascal, 어셈블리 코드는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 심지어 이전에 만들어놓았던 소스의 함수명과 메소드 구성까지 손이 기억하고 코딩을 한다.  이런 차이점이 있는 이유는 “그 당시 개발환경은 지금보다 열악했기에 모든 것을 손과 눈”으로 반복하며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체화”되고 “각인”되어 개발자 두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머리 속에 문신이 되어버린 쓸일없는 오래된 코드

오픈소스 이전의 개발자와 이후의 개발자의 사고방식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는 데, 이전에는 “문법과 구조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후에는 “빠르게 가져와 적용하는 것”이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오픈소스의 발전이 지식의 희열을 가져다 주긴 했지만 과도한 데이터로 인해 “사유(思惟)의 시간”을 무시하게 되었다.


디지털 장비는 우리를 구원할까?


디지털 장비가 육체를 대신하면서 발생한 심각한 문제는 “판단을 내가 하지 않는다”와 같은 것들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앱의 알고리즘을 이용하거나 아예 판단을 하지 않는 경우가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뭘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 수 있다(심지어 이런 고민도 안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디지털 장비를 도구로 활용하되 사고영역은 철저히 아날로그”로 지켜야 한다.  전적으로 “디지털”에 의존하게 된다면 “나의 사고방식”이 아닌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논리”가 내 머리속을 지배하게 된다.  마치 “누군가 만든 디지털 코드로 움직이는 프로그램”과 같은 닝겐이 되는 것이다(동물농장의 양같은 존재가 된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생각훈련(문제도출):  “펜과 종이”로 메모

두뇌 트레이닝(맥락적 사고): 수학문제 풀기, 퍼즐풀기, 철학 또는 사회과학 서적읽기, 사회현상 토론

체력훈련: 모든 정신은 육체에서  나온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다. 모든 닝겐의 로직은 고대부터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생성 ai


사람들은 생각하기 싫어한다.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생각의 과부하가 걸렸을 때, 누군가 대신 해결 해주기 바란다. 그렇기에 정치, 경제, 종교 등등에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 심지어 생성 AI가 창궐하면서 사람들은 더 게을러지게 되었다. “생각하는 것조차 AI”라는 도구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조차 AI가 할 수 있다고 자괴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생성 AI는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AI를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AI에 자신의 생각하는 법까지 넘긴 사람을
지배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지배당하고 싶지 않다면 “아날로그”의 생활화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이 있다면 지배당할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쿵퓨리의 사기캐 - 해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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