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긍정마
한 때 분한 감정일랑 참으라
그러면 백일의 근심을 모면할 것이다.
- 경함록
며칠 전, 이동이 많았던 이유로 평소 “오디오 클립”에서 꾸준히 듣고있던 “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의 [오자서 열전 - 사마천]을 완주했다. 고사성어인 와신상담과 토사구팽의 이야기가 오자서 열전에 나왔는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와신과 상담이 2개의 사건이 합쳐진 내용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역사기반의 사자성어들은 신문지상의 사회이슈에서나 종종 보았지 무슨 말인지 찾아보는 경우는 많지않았다. 그렇기에 단어의 뜻보다는 그 단어를 언급한 다른 곳(?)을 기억하며 대충 뜻을 유추했었다.
와신상담 : 스타크래프트에서 “본진 털려도 (1) GG 하지말고 (2)공3방3 레벨업할 때까지 부대모아 도망다니다가 (3) 드랍쉽”
토사구팽: 김영삼(난 멈출 수 없어 - zam)
감정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감정을 세상의 기준으로 잡고 사건을 해석한다. 그러다보면 사건은 “시와 때”에 따라 다른 해석이 되어버린다. 이런 유형은 역사에 대한 왜곡이 심한 편이다. 사료가 나오더라도 맥락을 유추하려고 하지않고 “의도”에 맥락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반면 데이터(사료)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다. 사건을 분석하며 그 원인인 데이터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 지 “함수(Function: 사고방식)”와 “데이터(변수와 값: 인물과 욕망의 설정)”, “사건(Event: 각종 이슈)” 기반으로 생각한다. 이런 경우는 역사를 활용해 현재의 문제에서 미래의 시계열을 예측하기 수월해진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후자의 사람이 되고싶은 경우겠지만, 사건에 “감정”이 없을 수는 없기에 어느정도 “감정”을 기반으로 사건을 해석하게 된다.
와신상담은 2개의 사건을 하나로 만든 것이다. “핵심은 복수”이다. 두 라이벌간의 복수를 위해 희생해야 했던 사건을 단어로 만든 것이다. 와신은 “장작 위에서 자는 것”, 상담은 “쓸개를 맛보는 것”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 데 월나라 오나라 왕들이 라이벌을 치기위해서 자신을 학대한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내용이 재미있던 관계로 링크한 팟케스트를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토사구팽은 워낙 많이 인용되는 내용이라 출처가 “한신”으로 알고 있었는 데 팟케스트에서는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다. 토사구팽을 한 줄로 요약하면 “필요할 때는 쓰고 나중에 제거한다”이다. 오래된 개인적 경험으로 인해 토사구팽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감정조절”에 실패할 때가 종종 있었다. “힘의 논리”가 팽배한 조직에서 생존했던 사람들이라면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오자서 열전은 이런 내용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는 데, 여기서 또 다시 느낀 점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보여지는 권력자가 아니라 “책사(기획자)”라는 점이다. 인류의 역사가 그랬고 최근의 정치가 그랬다. 일반인들은 단지 권력자에만 포커싱하지 뒤에 숨은 기획자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역사의 권력자들은 “기획자”들을 가지지 못하면 “죽여버리는 짓”을 했던 것이다. 중국의 수많은 책사들이 프로젝트 마무리하고 “이젠 집에 가게 해주세요” 했다가 “태어나기 전의 집”으로 돌아간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다.
문학적 또는 수필적 내용을 보며 감성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반면 그런 것에 공감하기 힘들어하는 타입이 있다. 무엇이 되었던 간에 사고방식과 취향의 차이일 뿐 당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감성 포인트는 “조직문화”를 보며 발생될 때가 많다. 조직을 위해 영혼을 불태워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일 것이다. 마치 내가 개인의 사생활을 보며 감성에 빠져드는 사람을 의아하게 생각하듯 말이다.
특히 “배반”의 사건이 보일 때마다 감성의 포인트가 시작된다. 우리를 위해 희생했던 직장동료들이 기억에서 되살아나며 잊혀진 이슈들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토사구팽의 내용에서 책사들의 말로를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팟케스트에서도 강조했지만 “박수칠때 떠나라”의 중요성이다.
가끔 17년 전 생각을 하면 베르세르크의 가츠로 빙의될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가며 “즈그들도 지옥같았으니까 그런 강마의식 같은 짓을 했겠지..”라며 긍정의 마인드를 가져보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를 매각하며 자신은 고드핸드가 된 사람으로 인해 남아있던 스타트 맴버들의 심정은 매의 단과 같아졌다.
그렇지만 최근 오자서 열전을 다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 “베르세르크의 가츠” 보다는 “오자서 열전에 나오는 “문종”같은 판단력이 낮은 수장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명 범려가 도망칠 시기와 조언을 했건만 따르지 않고 왕에게 자살할 단검을 하사받은 문종에게서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2년간 술 한모금 먹지 않았다. 그런데 팟케스트를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니"명태"에 "맥주 한 잔"이라는 생각이난다. 술 좋아하니까 [명태]랑 친했던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