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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음 Oct 19. 2020

지금의 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세상 모두를 반영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지난 모든 순간의 나를 반영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너무 슬퍼 말라. 

조금만 참고 힘을 내자.

곧 이 순간이 밑거름이 되어 더 빛나는 순간이 올테니.

매 순간이 감사한 순간임을 알게 될 테니.


괜찮다.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필요해서 일어난다. 잘못된 길은 없다. 누구에게 잘못된다는 말인가? 그 순간 좋은 길이라고 여기든 나쁜 길이라고 여기든 당신의 사다나를 가고 있을 뿐이다. 괜찮다. 모든 사다나는 당신이 이미 집에 있음을, 당신이 이미 목적 그 자체임을 알아차리는 과정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은 잘못될 수가 없다. 당신은 늘 이미 도착해 있기 때문이다.

책, '진리는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있다' 231쪽, '수행' 가운데 
아무것도 낭비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다음 순간을 위한 준비다.

- 스승, 라메쉬 발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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