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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음 Oct 14. 2020

반야심경 속 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의 뜻

정해진 법칙이 있는가?

是諸法空相

시제법공상


'색'과 '수상행식'도 공하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오온이 공하다는 말의 뜻에서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색'과 '수상행식'의 상호작용인 법이다.


'시제법'은 세상의 모든 법을 말한다. 그런데 이 법이 뭘까? 이 법은 오온인 '색수상행식'들 간의 작용이다. 이 작용 또한 공함을 말해야 오온이 공하다는 뜻을 온전히 설명한다.


물건을 떨어뜨리면 땅으로 떨어진다. 우리는 여기에 만유인력인 중력이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중력 방정식으로 그 양을 정확히 측정할 수도 있다. 이 대단한 정확도 때문에 GPS 기능으로 오늘도 우리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이런 경험으로 우리는 분명히 이런 법칙에 뭔가 실체가 있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으로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에 반대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는 이런 법칙에 실체가 있다는 믿음으로 신을 상상한다.


그런데 반야심경은 정말 매정하게도 어떤 믿음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 이런 법칙 또한 공하다 선언한다.


이런 법칙을 바로 번역하면 현상이다. 법칙은 어떤 정해진 무엇이 있다는 믿음이 깔린 말이기에 법칙이 아니라 '현상'이라는 말을 쓴다. 현상은 겉으로 경험되어 인지되는 정보다. 이 말은 수상행식이 공함과 통하는 내용이다. 또 이 말은 현상을 일으키는 색이 공하기에 당연히 그 현상도 실체가 없기에 공하다. 그래서 색이 공하다는 말과도 통한다. 그래서 모두가 공하다. 이에 대한 설명은 반야심경의 다음 줄부터 좀 더 자세하게 나온다.

책 '진리는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있다'의 7장 '세상을 살펴보다' 가운데 '양자역학에서 얻는 화두 (327쪽)' 와 '에너지와 움직임 (356쪽)'에서 모든 현상이 공함을 어느 정도 설명한다. '에너지와 움직임'에서 말하는 움직임이 곧 현상이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바로 보는 시점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상행식이라는 '나'의 시점이 공하면 움직임 또한 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공간은 개념이다 (365쪽)' 글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공함을 살펴본다. 공간이 실체가 없으면 색이든 색들 간의 상호작용이든 다 실체가 없어진다. 공간의 공함을 살펴서 오온의 공함을 살펴본다.


그런데 양자역학이나 움직임이나 공간의 공함을 통한 설명 보다 현상의 공함을 설명하는 데는 꿈의 비유만 한 것이 없다. 이 꿈의 비유를 '꿈과 현실 (372쪽)' 글에서 깊이 살핀다. 꿈을 통해 현상의 공함을 살피는 것은 과학이 없던 오래전부터 아드바이타 스승들이 즐겨 쓰던 가리킴이다.


다음 내용은 '꿈과 현실'에서 가져왔다.

영적 스승은 꿈으로 힘의 실체를 설명한다. 꿈에서 내가 돌을 던져 창문을 깼다. 물리학자들은 창문이 깨진 원인을 돌과 돌의 운동량으로 설명할 것이다. 꿈에서 창문이 깨지는 원인은 돌과 전혀 상관없다. 창문이 깨지는 현상에 영향을 주는 힘의 본질은 꿈 그 자체다. 돌을 던지는 나도 꿈이요, 돌도 꿈이요, 창문도 꿈이요, 돌이 날아가는 현상도, 창문이 깨지는 현상도 다 꿈이다. ‘무엇’에 영향을 주는 ‘무엇’은 없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돌이 창문을 깼다”라는 말은 꿈이 나타내는 이야기지 원인과 결과의 실체가 아니다. 모든 영향의 본질은 꿈 그 자체다.

책, '진리는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있다', 344쪽

돌을 던져 창문이 깨지는 꿈의 비유는 안내자 마띠아스가 안내하면서 나에게 들려준 가리킴이다. 색과 수상행식과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 보이는 현상이 모두 다 공함을 너무도 잘 나타낸다. 문제는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그 세상을 바로 보는 자신이 꿈과 같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냐는 거다. 결국 다시 내 믿음의 문제다. 가만히 살펴보라. 참으로 많은 믿음이 보일 것이다. '일체고액'이 보일 것이다.



꿈의 내용이 아니라 꿈의 실체를 알려 한다.
지금 여기 실재하는 실체를 찾는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법칙들,
이것이 절대적으로 정해진 법칙들일까?
법칙에 독립적인 실체가 있을까?

너무나 당연하고 불변의 진리처럼 느껴지는 법칙들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분명 반야심경은 확실하게 선언한다.
정해진 법칙은 없다고.
독립적으로 실체가 있는 법칙 따위는 없다고.
모든 법이 공하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법칙들의 실체를 가리킨다.
어떤 예외도 없이 시제법공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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