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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반 Jun 05. 2017

스위스 여행 가자!!

02-1. 유엔본부 (둘째날 오전)

스위스로 여행지를 정한 뒤 조카들에게 물었다.

"우리 스위스로 여행 가는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

내심 스위스 여행지를 미리 찾아보고 관심을 갖게 할 의도였는데 대답이 의외였다.

"삼촌! 스위스에 유엔(UN)이 있잖아!"

"그.. 그렇지..^^;;  그래 유엔본부가 있네.. 거기.. 를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가보고 싶어서 얘기한 건지.. 그냥 아는 걸 자랑하려고 대답한 건지..

전혀 생각지도 않은 대답이 나와 당황스럽긴 했지만..

결국 유엔본부는 우리 일정에 포함되었다..


스위스 여행경로


유엔본부로 가는 길
둘째날 여행일정


스위스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 제네바는 우리에게 있어 유엔을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가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제네바 하면 레만 호수(제네바 호수) 보다는 유엔과 연관시켜 연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을 듯하다. 우리 또한 제네바에 머물면서 유엔본부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둘째날 숙소가 있는 인터라켄으로 이동하기 전 오전에 조금의 여유시간을 이용해 유엔본부를 방문하기로 했다. 


나의 연관 검색어에는 6.25 한국전쟁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조카들에게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엔본부로 가면서 조카들과 얘기해보면 우리가 접하는 환경의 변화로 인해 유엔을 연상하는 검색어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유엔 연관 검색어에는 어릴 적의 주입식 교육 탓에 아직도 6.25 한국전쟁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조카들에게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로 언론과 교육계의 홍보가 거둔 효과였다. 


지금 생각하면 최초라는 타이틀을 이룬 것은 대단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임기가 끝난 뒤 나타나는 평가들이 많은 아쉬움을 표현한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과정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언론도 교육계도 타이틀에 집중해 마치 엄청난 업적을 이룬 것으로 홍보했지만 업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정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타이틀은 그저 껍데기로 남아 사람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우리 사회가 과정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유엔본부로 가는 방법은 트램을 타고 'Nations 역'에 내리면 된다. 숙소 인근 역인 'Butini 역'에서는 3 정거장을 이동하면 되기 때문에 매우 가까이 있었다. 

유엔본부로 가는 트램 노선


트램을 타러 이동하는 길에 한국에는 없는 우회전 신호등이 있어 관심 있게 보았다. 우회전 신호등은 지난해 독일을 여행하는 중에 보았는데 스위스도 우회전 신호등을 적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직진 신호와 상관없이 우회전이 허용되지만 스위스는 직진 신호와 상관없이 우회전 신호에 불이 들어와야만 우회전이 가능했다. 추측하기로는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인 데다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인지 트램에 사람들이 거의 없고 빈자리도 많았다. 아무리 일요일이지만 너무 한산한데.. 라는 생각이 들며, 이용객수도 적고 교통체증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건설비가 비싼 지하철을 건설하지 않고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 트램을 운영하는 것이 이해가 갔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찍은 트램 내부


트램이 정차하는 역간 거리는 우리나라 지하철에 비해 훨씬 짧은 거리였다. 걸어서 이동해도 될 정도로 짧은 거리여서 Nations 역까지는 금방이었다. 



부러진 의자(Broken Chair)

Nations 역에 내리면 넓은 광장과 함께 이곳이 유엔본부임을 알 수 있는 만국기가 늘어선 건물이 눈에 보인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개방이 된다고 해서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일요일은 개방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표시가 있었다.--;;

유엔본부


아쉬움을 뒤로하고 광장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거대한 의자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의미를 가진 조형물일까 궁금해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4개의 의자 다리 중 다리 1개가 반쯤 부러져 있었다. 다리 아래쪽을 보니 이 조형물은 'Handicap International'이라는 비영리단체에 의해 세워진 '부러진 의자(Broken Chair)'라는 조형물이었다. 


'부러진 의자(Broken Chair)'는 지뢰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고 대인지뢰의 사용을 금지하는데 전 세계가 동참하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라고 한다. 작품의 의도를 알고 나니 '부러진 의자'라는 상징물을 통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쉽게 이해가 갔다. 실제로 이 조형물은 21세기의 미술품 중 가장 상징적인 작품들 중 하나라고 한다.


광장에는 '부러진 의자' 조형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유엔본부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상징성이 큰 '부러진 의자' 조형물을 직접 본 것에 만족하며, 우린 Nations 역에 도착하자마자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보슬비를 피해 정류장에서 출발 준비 중인 트램에 서둘러 탑승했다.


제네바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표적인 상업 도시이자 취리히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22개의 국제기구와 250여 개의 비영리 기구가 위치해 있는 국제도시이기도 하다. 짧은 시간 방문으로 호수와 유엔본부만 살짝 들여다보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제네바는 더 오랜 시간 머물러 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여행 참고

1. 'Broken Chair' 의 역사와 의미(http://broken-chair.com/en/monument/)

'부러진 의자' 조형물에 대한 설치 배경과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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