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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반 Sep 03. 2017

스위스 여행 가자!!

04-1. 겔머 호수 / 겔머 푸니쿨라 (넷째날 오전)

"일일 용돈으로 매일 2 스위스 프랑을 줄게. 이걸로 뭘 사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너희가 사고 싶은걸 마음껏 사도 좋아. 단, 일일 용돈을 받으려면 받은 날 전부다 써야 해. 다 쓰지 않으면 새로운 용돈은 없을 거야. 어때?"


엄마와 삼촌만 졸졸 쫓아다니다 시간이 나면 와이파이를 찾아 핸드폰 게임에 열중인 조카들을 보니 답답하고 안타까워 직접 부딪혀 보고 여행에 좀 더 흥미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조카들에게 제안을 했다. 


조카들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막상 용돈을 쓸 기회가 생기자 머뭇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했다. 우린 조카가 보내는 도움의 눈빛을 외면하고 다음날 생길 새로운 용돈으로 유혹하며 용기를 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 용기를 내어 물건을 사는 데 성공하자 그다음부터는 금방 적응해 나갔다. 


조카들은 아빠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여행에 참여했다.

제안은 성공적이었다.^^ 


스위스 여행경로


그림젤발트(Grimselwelt)
넷째날 여행일정

 : 스위스 트래블 패스 이용



여행 넷째 날, 우린 깊은 협곡과 아찔한 케이블카와 푸니큘라가 있는 그림젤발트를 여행하기로 했다. 그림젤발트(Grimselwelt)는 영어로 '그림젤월드' 라는 뜻으로 이너트키르헨(innetkirchen)을 중심으로 수력발전을 운영하고 있는 'KWO'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관광브랜드이다. 아마도 'KWO'는 한국의 수자원 공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민간기업인 듯하다.


그림젤발트는 인터라켄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마이링겐에서부터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한 그림젤패스까지 아레강을 따라 넓게 펼쳐져 있는 협곡을 여행하기 위한 이동수단(푸니큘라와 케이블카 등), 발전소 투어, 숙소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림젤발트 위치
그림젤발트 관광지도


그림젤발트에는 오래전부터 나의 스위스 여행지로 이름을 올려놓았던 2가지 아이템이 있는데 바로 트리프트 다리와 겔머 푸니큘라이다. 


트리프트 다리는 높이 100m, 길이 170m에 이르는 보행자 전용 다리인데 아찔한 높이와 길이 때문에 스릴을 즐기는 여행객들에게는 좋은 여행지가 될 것 같다.


알프스 하이킹 여행 시에 트리프트 다리를 가려고 했으나 미리 예약을 하지 않는 바람에 입구에서 돌아서야 했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방문해볼 계획이다.

알프스 하이킹 하러가자!!(트리프트 다리 편)


겔머 푸니큘라는 106도의 경사도를 자랑하며 유럽에서 가장 가파른 푸니큘라라고 한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겔머 푸니큘라를 제안하자 그게 뭐냐고 묻는 조카와 누나에게 스위스 관광청에 소개된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망설임 없이 여행지로 선택되었다.

겔머 푸니큘라(스위스 관광청)


겔머 푸니큘라를 타러 가는 길

우린 그림젤발트의 여러 여행지 중 오전에는 겔머 푸니큘라와 겔머호수 하이킹을 그리고 오후에는 아레협곡과 라이헨바흐 폭포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출발 준비를 했다.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일정이 아니지만 막상 우리가 방문할 지역인 한덱의 날씨가 여전히 확신을 주지 않자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기차를 타고 브리엔츠 호수를 지날 때 호수 양옆으로 구름이 가득한 산과 구름이 걷힌 산이 조화를 이뤄 멋진 볼거리를 보여주었지만 구름이 가득한 산이 우리가 갈 곳임을 깨닫자 풍경 따위는 필요 없으니 그저 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브리엔츠 호수의 풍경(오른쪽 구름이 가득한 곳이 마이링겐 방향)


인터라켄에서 겔머 푸니큘라가 있는 한덱(Handegg)으로 가는 건 2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기차를 타고 마이링겐으로 가서 

마이링겐에서 버스를 타고 한덱, 겔머반(Handegg, Gelmerbahn)에서 내리거나(버스로 한번에 이동)

마이링겐에서 MIB(Meiringen-Innetkirchen-Bahn)를 타고 'Grimseltor'에서 내린 후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한덱, 겔머반(Handegg, Gelmerbahn)에서 내리는 방법이다.(열차 + 버스)


여행 당시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푸니큘라 이용요금의 15% 를 할인해줬는데 Grimseltor에서 확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우린 MIB를 타고 'Grimseltor'에 내린뒤 다시 버스를 타고 한덱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예약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할인된다는 문구가 없는 걸로 봐서 할인이 되지 않는 듯하다.


이동방법과 시간은 SBB 앱을 통해 버스 시간까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맞는 이동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이동 전 예약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시간을 확정하기 어렵다면 Grimseltor 에 들러 적정한 시간을 안내받은 후 거기서 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Grimseltor는 그림젤발트 관광안내소이기 때문에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Grimseltor에 들러 여행할 곳을 미리 알아보고 필요하면 이곳에서 이동시간 등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Grimseltor와  운영 시간


우린 버스 출발시간까지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출발했다. 버스는 이곳이 종점인 듯 버스가 도착한 후 한참을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시간이 되자 그때서야 문이 열렸다. 

한덱, 겔머반 까지 운행하는 버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스위스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짙은 침엽수림과 연녹색의 초원 그리고 회색의 돌산과 간간이 보이는 흰색의 만년설은 서로 조합되어 너무나도 멋진 풍경을 자아내고 있어 버스가 조금 더 천천히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골마을을 지나 인적이 보이지 않는 산길을 한참을 달린 버스는 꽤나 깊이 들어간다고 느낄 때쯤에 버스의 종점인 한덱, 겔머반(Handegg, Gelmerbahn) 정류소에 멈췄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자 기사님께서 같이 내려 버스 시간표를 주시면서 시간 잘 확인하고 내려오라며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겔머 푸니큘라를 타는 곳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시며 즐거운 여행 하라는 인사도 잊지 않으셨다. 멋진 경치에 버스 기사님의 친절함이 더해지니 스위스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기는 힘들 것 같다.

한덱, 겔머반(Handegg, Gelmerbahn) 버스정류소


한덱폭포 구름다리(Handeckfall Bridge)

버스에서 내려서 겔머 푸니큘라를 타러 가는 길은 2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주차장을 통해 푸니큘라 매표소로 바로 올라가는 길이고 하나는 한덱 호텔 옆길로 올라간 후 한덱 구름다리를 건너 푸니큘라 매표소로 가는 방법이다. 우린 구름다리를 건너서 푸니큘라를 타고 돌아올 때는 주차장 쪽으로 걸어오는 방법을 택했다.

한덱폭포 구름다리와 겔머푸니큘라로 가는 길


호텔 옆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입구에서부터 겔머호수까지 이어진 겔머 푸니큘라의 레일이 보인다. 깎아지른 산 능선 위에 레일이 깔려있는 것을 보니 흥분과 긴장이 교차되는 느낌이다. 

겔머 푸니큘라 레일


약 20분쯤 걸어가자 드디어 우리를 긴장시키는 첫 번째 어트랙션인 한덱폭포 구름다리가 나타났다. 한덱폭포 구름다리는 높이 70m, 길이 70m를 자랑하는 구름다리로 2006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겨우 한명만 지나갈 수 있을 만한 폭의 구름다리 앞에 서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긴장이 되었다. 오히려 조카들은 재미있겠다며 신나게 앞서 건너가기 시작했다.

신나게 구름다리를 건너는 조카들


조카들에 이어 한참을 망설이던 누나가 뒤를 따라 건너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내가 구름다리 위에 발을 올려놓았다. 70m 밖에 되지 않는 다리이지만 다리 아래로는 도로 위로 차량이 지나다니고 도로를 지나면 웅장한 한덱폭포의 폭포 소리에 스릴이 더해져 다리를 건널 때까지 손에 땀이 멈추질 않았다. 겔머 푸니큘라를 타기 전 한덱폭포 구름다리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에피타이저이다.

한덱폭포 구름다리


겔머 푸니큘라(Gelmer Funicular)

구름다리를 건너면 겔머 푸니큘라 매표소와 바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표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예약이 차서 원하는 시간에 탈 수 없거나 혹은 매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미리 예약한 표를 이곳에 보여주면 탑승권으로 교환해주며, 15분 전까지는 도착해서 탑승권을 교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겔머 푸니큘라 매표소와 운영시간


겔머푸니큘라는 원래 댐을 건설하기 위해 기자재를 운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2001년에 관광용 열차로 전환하여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활용가치가 떨어진 시설을 관광상품과 잘 연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니큘라는 1대에 26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24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우리가 탈 시간이 되자 우린 설레는 맘을 안고 자리에 앉았다. 막상 자리에 앉으니 어린 조카는 구름다리를 건널 때와는 달리 조금은 긴장한 표정이다. 그동안 놀이공원에서 유아용 청룡열차만 타봤으니 이런 경사도의 어트랙션을 타는 것이 호기심보다는 떨리는 맘이 더하지 않았을까?^^

겔머 푸니큘라


겔머 푸니큘라는 단선 레일이기 때문에 올라갈 때는 뒤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정면 방향으로 내려온다. 그래서 항상 아래쪽을 바라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아찔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좌석을 가득 채운 푸니큘라가 서서히 움직이자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아찔함을 느낄 준비를 하더니 고도가 높아지자 그 소리는 더욱 커졌다. 무슨 뜻인지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감탄사의 연발이 아니었을까..^^

푸니큘라에서 바라본 모습


겔머 푸니큘라는 속도는 결코 빠르지 않았지만 경사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정말 이렇게 가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급격한 경사도의 레일 위를 올라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보이는 경치는 또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지만 아마도 경치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듯하다. 옆자리에 탄 누나는 아래를 보지 못하고 정면만 응시한 채로 앉아있었다.


약 10분여를 천천히 올라간 푸니큘라는 구름이 가득한 겔머호수에 도착해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겔머호수

겔머호수는 수력발전에 이용되는 물을 저장하고 있는 호수인데 호수 주변으로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산책로가 있다. 우리도 호수 주변을 산책한 뒤 내려올 계획으로 왕복 티켓을 구매했지만 안타깝게도 낙석으로 연결된 일부 구간이 끊어져 중간지점까지만 갔다가 돌아와야 했다.

겔머 호수 산책 코스


푸니큘라에서 내려 산책로를 향해 조금 걸어나가면 겔머호수에 왜 산책로를 만들어 두었는지 이해가 간다. 1820m 높이의 겔머호수에서 보이는 만년설은 호수와 함께 절경을 만들어 내고 있어 산책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만년설과 겔머 호수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차 구름이 몰려와 호수 전체를 뒤덮는 바람에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만약 조금 더 늦은 시간의 푸니큘라를 예약했다면 이 경치마저도 못볼뻔했다며 그나마 조금 이른 시간에 올라와 이런 경치를 보게 된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자 우린 얼마 못가 쉴만한 곳을 찾아 가지고 온 샌드위치와 삼각김밥 등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더 이상 볼거리가 사라진 겔머호수 하이킹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푸니큘라를 타러 되돌아 갔다.

운무가 가득한 겔머 호수 
맑은 날 볼 수 있는 겔머호수에서의 풍경


타고 올라왔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내려가는 푸니큘라는 우리 일행만 탑승했다. 이번에는 스릴을 좀 더 느끼기 위해 앞쪽에 앉았더니 긴장감이 훨씬 강했다. 스릴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은 젤 앞쪽에 탑승하는 것을 추천한다.

겔머 푸니큘라(하행)


겔머 푸니큘라와 겔머 호수를 산책하면서 만난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었다. 아마도 접근성이 쉽지 않다 보니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했다.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와 처음 내렸던 버스 정류소에서 잠시 기다리자 시간에 맞춰 버스가 도착했다. 우린 다음 일정인 아레 협곡을 여행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했다.



여행 참고

1. 겔머 푸니큘라 안내(http://www.grimselwelt.ch/en/transport-lift/gelmer)


2. 겔머 푸니큘라 예약(https://besucherdienst.kwo.ch/grimselwelt/?rq_Layout=GribookMob&rq_Start=5374617274)


3. 그림젤발트 안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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