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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반 Apr 21. 2019

대마도 여행 가자!!

02-2. 만제키바시 전망대 (둘째 날 오후)

"씨카약 가는 길에 만제키바시에서 도시락 먹자!!"

"만제키바시? 그냥 옛날에 지어진 다리 같은데? 차로 지나가면서 보면 되지 않을까?"

만제키바시의 역사적 사실을 몰랐던 난 친구를 설득해 만제키바시를 일정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만제키바시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역사를 알려주는 장소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대마도 여행 경로(둘째 날)


씨카약 투어
둘째 날 여행 일정


체험형 여행을 좋아하는 우린 둘째 날 메인 일정으로 씨카약 투어를 신청했다. 씨카약 투어는 아소만의 굴곡 많은 섬들 사이를 카약을 타고 탐험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체험시간은 3시간, 6시간, 그리고 다이빙을 포함한 2일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린 이동시간 등을 고려해 3시간 코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아소만은 우리의 방문이 반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트에 들러 체험시간 동안 마실 물을 사자마자 통역서비스라며 걸려온 전화는 강한 바람 때문에 카약 투어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전달하며 우리를 허망하게 했다. 전날 밤 우리의 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세찬 바람소리가 우려되긴 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 설마 했는데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씨카약 투어를 위해 준비한 옷과 신발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안타깝지만 씨카약 투어를 위해 준비했던 아쿠아 신발, 래시 가드 등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우린 여행 후보에 있었던 만제키바시 전망대에서 도시락 점심을 먹으며 다음 일정을 고민하기로 했다.



만제키바시 전망대

도시락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아보니 가까운 곳에 밸류마트 미쓰시마점이 있었다. 도착해서 보니 밸류마트 미쓰시마점은 상당히 큰 규모의 대형 마트였다. 대형 마트답게 음식 코너엔 비슷해 보이면서도 조금씩 다르게 구성된 도시락과 즉석식품들이 우리를 유혹해 선택에 어려움을 주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과 즉석식품들이 우리를 유혹해 선택이 어려웠다.


도시락만 사서 나오려던 우린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꽤 오랜 시간을 마트에서 보낸 후 점심을 해결할 도시락과 간식, 그리고 저녁식사 재료까지 구매했다. 

밸류마트(미쓰시마점) 판매 도시락과 튀김
밸류마트(미쓰시마점)에서 찹쌀떡


마트에서 구경하느라 시간을 소비한 탓에 예상보다 늦게 만제키바시 전망대에 도착한 우린 도시락부터 꺼내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다행히 관광객이 아무도 없어서 편안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만제키바시 전망대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이다.


점심식사 후 둘러본 만제키바시 전망대는 작은 공원의 느낌이었다. 이곳에서 아소만의 전망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더 좋은 조망을 가진 에보시다케 전망대가 있기에 이곳은 그냥 조용히 휴식하는 장소로 어울릴 것 같았다.

만제키바시 전망대
만제키바시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소만


만제키바시 전망대는 또한 만제키바시 다리를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관광안내서엔 만제키바시 다리와 아소만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지만 본래 목적은 러일 전쟁 승리의 핵심 전략이었던 만제키바시를 홍보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관광안내서를 보며 특별해 보이지 않는 만제키바시 다리와 그 다리를 보기 위한 전망대까지 관광지로 소개하는 것이 여행 내내 궁금했는데, 만제키바시에 대한 역사를 알고 나니 일본에겐 자부심의 대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제키바시 전망대에서 바라본 만제키바시 다리


만제키바시와 우리의 역사에 대한 사색

만제키바시는 러일전쟁을 준비하던 일본의 함대가 대마도를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든 운하 위에 세운 다리이다. 만제키바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난 그냥 대마도의 남북을 이어주는 다리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만제키바시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역사와 연관되어 있었다.


만제키바시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역사와 연관되어 있다.


일본은 대마도를 가로지르는 이 운하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당시 무적함대로 이름을 날렸던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무찌르며 러일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리고 러일전쟁에서 승리함에 따라 포츠머스 조약을 통해 일본은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열강으로부터 승인받게 된다. 우리가 만제키바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무찌른 일본의 도고 장군에 대한 일화는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도고 장군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축하연에서 이순신 장군을 군신으로 표현하며 자신을 이순신 장군에 비하면 하사관에도 미치지 못하는 존재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미국 해군사관학교 훈련생과의 인터뷰에서 이순신 장군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러일전쟁 당시 토고 헤이하치로가 동해 해전에서 대승리를 하고 개선했다. 그는 원수가 되었다. 그 축하연에서 어떤 사람이 아첨하는 말을 늘어놓았다. "이번의 대승리는 역사에 남을 위대한 것입니다. 나폴레옹을 트라팔가 해전에서 패배시킨 넬슨 제독에 필적할 만한 당신은 군신입니다."라고 했다. 도고는 이에 답하여 "칭찬의 말씀은 고맙지만, 사실 넬슨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은 아닙니다. 정말로 군신의 이름에 어울리는 제독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순신 정도겠지요. 이순신에 비교하면 나 자신은 하사관만큼도 못한 존재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 "[일, 조, 중 삼국인민연대의 역사와 이론], 안도오 히코타로오, 테라오 고로오, 미야타 세츠코, 요시오카 요시노리(편), (일본조선연구소, 1964)" 중 -


도고 장군의 일화는 바꿔 말하면 일본은 이순신 장군에 대해 엄청난 연구를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이 러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략이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을 연구한 결과라는 얘기도 있다. 임진왜란 이후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승리를 기억했지만 일본은 이순신 장군을 꾸준히 연구한 것이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승리를 기억했지만 일본은 이순신 장군을 연구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세계사적 연구와 평가에 도고 장군의 일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키고 기억해야 할 영웅이 우리를 침략한 나라에 의해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이 안타깝고 자존심이 상하지만, 한편으로는 적군에게조차 존경받을 만큼 위대한 영웅의 존재가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은 점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제키바시와 관련한 역사를 알고 갔다면 단순히 휴식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만 하고 오진 않았을 텐데.. 뒤늦게나마 역사에 소홀했던 나의 게으름과 우리가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얼마나 알려고 했는지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도고가 혁혁한 전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순신 장군과 비교하면 그 발가락 한 개에도 못 따라간다. 이순신에게 넬슨과 같은 거국적인 지원과 그만큼의 풍부한 무기와 함선을 주었다면, 우리 일본은 하루아침에 점령을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대단히 실례인 줄 알지만, 한국인들은 이순신 장군을 성웅이라고 떠받들기만 할 뿐 그분이 진정으로 얼마나 위대한 분인가 하는 것은 우리 일본인보다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 "[포탄 잠재우기], 가와다 고오(일본해군전략가)" 중 -


여행 참고

1. 이순신 장군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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