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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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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daum Feb 02. 2022

19년 차 며느리

나는 오늘

설 명절을 맞이하여 시댁을 찾았다.

남편  형제 관계도 우리 집과 마찬가지로 3남매.

이번 설에는 막내아들인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방문하게 되었다.

82세 시아버지와 74세 시어머니가 계신

용인시 기흥구로..


매해 돌아오는 일 년에 4번

 (추석. 설. 두 분 생신=같은 날. 어버이날)

며느리 탈을 쓰고 역할극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익숙해질 법하건만, 아직도 가끔..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의 시어머님을 대할 땐 입을 다물게 된다.


며느리로 임하는 1박 2일 나는 최선을 다해

착한 며느리가 되어간다.

해주시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발 빠르게 설거지를 하고 함께 노래자랑 프로그램, TV조선 트로트 방송을 시청한다.

(집에선 절대 안 볼 방송..)


전 부쳐서 (배추전이 하이라이트)

점심 먹고 과일 먹고 식혜 마시고 티브이 보고

 다시 저녁 먹고 과일 먹고  잔다.

.

.

늘 똑같은 명절 모습에 설렘도 없는

특별하지만 특별함 없는 연휴를 보낸다.

아, 이번에 특별했던 것 하나 생겼다.

바로 시아버지의 고스톱 제안.


82살의 시아버지는 은둔의 고수이다.

오랜만에 즐거운 스릴이 맴돌았다.

점 100


예비중 아들. 고2  앞둔 딸. 시아버지. 시어머니.

그리고 우리 부부

함께 패를 돌렸다.

남편과  딸은 한 팀. 아들과 나는 개인플레이. 시부모님도 양보 없는 한판 승부를 펼쳤다.

다리 아프신 시아버지를 위해 상 위에 고스톱 판


이거지!

명절 윷놀이는 못해도 고스톱 한판은 벌여야지!

여러 번  화투장이 돌고 최종 승자는 내가 되었다.

자본금 없이 시작해서  3.100원 순수익이다.

19년 살면서.. 두어 번 시부모님과 쳐본 게 전부다.


아. 싸


고스톱 담요를 치우고

나는 다시 꽤 착하고 조신한 19년 차

막내며느리로 돌아온다.

.

.

아마 이번 명절을 끝내고 아버님과 어머님은

매일 저녁 연습을 하실 듯하다.

생각지 못한 며느리에게 당한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서


아버님, 어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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