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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daum Jul 13. 2022

손 객   客   -가제-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들어가는 말


5 남매 중 장남인 아버지 덕분에 우리 집에는 늘 사람들로 붐비는 집이었다.

삼촌. 사촌. 오촌 당숙부. 사돈에 팔촌까지 가릴 것 없이 집안 대소사에 모두 모여 맏며느리 등골 빼먹는 행사들로 이어졌다.


어디 그뿐이랴, 꽤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 대한민국에서 몇 없는 토목기술사 자격증을 소지한, 토목건설업을 운영하셨던  아버지의 직장 동료들과의 2차. 3차 코스로 늦은 밤 우리 집을 선택하는 것이다.


어린 눈에 보아도 목소리 큰 아버지의 이끌림에 동행한  아버지의 동료 또는 직원들,  늦은 방문에 어린 삼 남매는 졸린 눈을 비비며 싫은 내색을 하면서도 거하게 취한 아버지 동료들에게서 받는 용돈은 싫지만은 않았다.




어린 시절 기억나는  낯선 이의 방문중 또 하나,

곱디고운 엄마와의 관계에서였다.

어느 날, 현관문이 열리고  하이톤의 목소리. 뽀얀 피부. 엄마와 다른 냄새를 뿜어내는 여자의 방문이다.

낯선 여자는 커다란 가방을  활짝 열고 온갖 향 좋은 화장품을 꺼내고 고운 피부의 엄마를 눕혀놓는다.

이리 주물럭 저리 주물럭 많이도 치댄다.


여자는 말한다.

"어머어머.. 고객님 피부가 진짜 너무 곱다~

타고났네 타고났어~ 잡티도 없고..

이제 꾸준히 관리만 받으면  되겠어요!"


온갖 칭찬에 누워있는 엄마는 씨~익 웃으며 대꾸한다.

"에이 뭘~  맨날 샘플 화장품이나 찍어 바르는데 좋아봤자지~  근데 전문가가 보기에 진짜 괜찮아 보여요? 호호호 "


주거니 받거니 팔아야 하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묘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이렇듯 우리 집은  사람 좋아하는  아버지와 맏며느리의 숙명을 짊어지고 아주 가끔 화장품 방문판매원에게 호사를 누리는 엄마로 늘 북적이는 "손" 많은 집이었다.


엄마에게 화장품을 팔던 여자, 집으로 직접 방문해서 무엇인가를 파는 방문판매원이다.

줄여서 방. 판  또는 영. 사(영업사원)라고 부른다.

살아가면서  나에게 영업이란 직업은 어떠한 물건을 듣기 좋은 말로 상대를 꼬드겨서 팔고 이득을 남긴다는

느낌이 강한 직업이었다.


왜 이런 고정관념이 자리 잡았을까?

아마도 어린 시절  흘려듣게 되었던 어른들의 이야기. 텔레비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각인이 된 듯하다.


대한민국 주말 드라마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던

장수 프로그램  전원일기

[1980년 10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총 1088부작]

통해서도 여러 차례 방문판매원 에피소드들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624화 "박사 블록"이라는 제목에 아이들 조립장난감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양촌리에 등장하면서 일용엄니. 며느리. 복길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이었다.

[15만 원짜리 조립블럽을 7만 원에 준다고 회유,

머리가 똑똑해진다는 과장 광고]


678화 "시어머니 마음"  이야기에서는 화장품 방문판매원이 권하는 미백크림과 스킨로션을 두고 연로하신 시어머님도 여자임에  서운함을 표현하면서 고부갈등으로 번지는 에피소드들이었다.


이렇듯 어릴 적 보았던 드라마들, 뉴스를 통해 나도 모르게 부정적으로 각인된 영업사원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 좋지 않은 사회적 인식과 굳이 선택할 필요성이 없던 나의 희망 직종에 절대 포함되지 않았던 직업 중에 하나였다.


그랬던 나였다.

나의 형제. 자매. 부모님 댁. 지인들의 집 외에 절대 들어갈 일 없을 타인의 집을 이제는 넉살 좋은 미소를 띠고 상습적 방문자가 되어있다.


앞으로 내가 풀어낼 이야기는 지난 6년간 영업의 "영" 자도 몰랐던 내가  맨 땅에 헤딩하며 겪은

 [사고파는 이야기]들이다.


때로는 좌절을, 때로는 보람을 느끼며

사고파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의 글을 읽으며 함께 웃고 함께 욕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가 되길 바라며 이제 2016년 겨울날  조금은 느리게 가고 있던 엄마에서 생초보,   영업사원 생존기를 시작해보겠다.


준비는 되었는가 6년 전 겨울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덧, 글 속에 나오는 이름은 전부 가명이며, 현실 속 내용 중 각색을 통해 극의 재미를 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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