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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서 좋다

by 정필

시간이 있으니

참 좋다.


눈을 떠서

내 아이의 체온을 오랫동안 품고 있을 수 있어서

좋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

아침 상을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창문가에 내려앉는

새 소리가 들려서,

좋다.


구름 없는 하늘이 보이고

날씨가 느껴져서,

좋다.


동네 길을 빙글빙글

천천히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서쪽 하늘,

뉘엿뉘엿 타오르는 붉은 해 앞에

멈춰 설 수 있어서,

좋다.


잠든 아가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마을을 돌 수 있어서,

좋다.


아가가 깰 때까지

낯익은 단지를 빙글빙글 돌 수 있어서,

좋다.


친구를 집에 불러

한 상 차려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펜을

오늘, 다시 손에 쥘 수 있어서

참 좋다.


시간이 돈이라고?

돈이 있어야 의미 있다고?


글쎄.


시간이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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