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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Dec 10. 2023

오늘 속의 내일

일터에서 생각하는 힘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글을 쓸 수가 없었다.

퇴근 후에도 완결되지 않은 일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거나

주의력을 다 소진했기 때문에 읽거나 쓰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쓸 수 있었다.

어디서든, 단 몇 분이라도 쓸 수 있었다.

나는 힘들어서 글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다만 더 이상적인 조건을 찾아다니느라 글 쓸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말끔한 상태로 글을 쓰고 싶었다.

맑은 정신으로 삶을 관찰하고 내면을 들여다본 뒤에

떠오르는 생각과 경험의 단편을 글이라는 그물로 건져 올리고 싶었다.


덩어리 시간을 찾고, 맑은 상태로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다녔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안은 채,

‘조금 더 나은’ 환경을 기다리느라 글을 쓰지 않고 있었다.


글쓰기를 위한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내 시간은 여러 긴급한 일들로 채워졌다.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했고, 뭔가 쓰기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책을 읽었다.

한 두 번 미뤘을 뿐인데 어느새 일주일이 다 지나버렸다.


8일 전 쓴 글만 쳐다보면서,

‘쓰고 싶은데 쓰기 싫어.’라는 모순된 마음을 안고 일주일을 보냈다. 


쓰기를 향한 두 개의 마음을 동시에 품고 살아보니

그때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글 쓰는 사람이 되려면 지금 글을 써야 한다.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글을 써야 한다.

피곤해도 어쩔 수 없다.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 것 같거나, 정신이 맑지 않아도 할 수 없다. 

쓰는 수밖에 없다. 


정말 괴로운 이유는, 좋은 글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미래는 우연처럼 오지 않는다.


바쁜 일만 좀 끝나면,

피곤한 때만 좀 지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좀 생기면,

그렇게 한 번 두 번 미루다 보면 일주일이 아니라 어느새 10년이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미래는 지금 내 모습에 이미 와 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 미래는 지금 글을 쓰는 내 모습 속에 있다.

쓰지 않는 사람이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작가가 될 수는 없다.


‘글 써야 하는데.’ 하며 때를 기다리면서 또 하나 배웠다.

조건이 충족되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계속 기다리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 무지개를 쫓는 소년과 같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꼭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원하는 미래가 있다면 지금 현재의 모습 속에 그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글을 남기고 싶다.


내가 원하는 미래는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바라던 미래의 모습을 지금 글 쓰는 행위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아무도 지정해주지 않은 나만의 마감일에

쓰는 내일을 만들고자 글을 짓고 있다.


이상적인 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현실에 찾아온 이상의 때를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설령 꿈꾸던 미래가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때는 지금이며, 가장 좋은 글은 지금 쓰고 있는 글이다. 

그래서 지금 쓴다.


나는 확실히 속도가 빠른 사람은 아니다.

느린 사람임에 틀림없다.

오늘도 이렇게 한 걸음 힘겹게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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